[매거진M] 애니메이션 '앵그리버드 더 무비' 신동엽 "연기로 웃음 주는 데 희열 느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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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출연 중인 방송만 일곱 편. ‘19금’ 콩트의 대가이자, 지금 가장 뜨거운 ‘아재 열풍’의 중심 신동엽(43)이 또 다른 열풍과 만났다. 전 세계 다운로드 수 30억 회에 달하는 인기 온라인 게임 ‘앵그리버드’. 이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앵그리버드 더 무비’(5월 19일 개봉, 퍼갈 레일리·클레이 케이티스 감독)에서 목소리 연기에 나선 것. 그가 연기한 건, 분노를 참지 못하는 새[鳥] 친구들과 힘을 합쳐 수상쩍은 초록 돼지들에게 맞서는 촉새 ‘척’. 영화 내내 숨넘어갈 듯 속사포 입담을 과시하는 캐릭터다. 어울리는 캐스팅이라고 하자, 신동엽이 씩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건 그렇게 운을 뗀 그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다.

저는 화를 잘 안 내요. 친한 사이면 ‘그건 좀 잘못된 것 같은데’ 하고 조근조근 얘기하죠. 사업 실패로 자다 깰 만큼 힘들었을 때도 누구한테 벌컥 화낸 적은 없어요. 화를 내 봤자, 오히려 안 좋아지는 경우를 더 많이 봤거든요. 집에서 아이들한테도 무언가에 대해 여러 번 말했는데 지키지 않을 때만 따끔하게 혼내죠.

평소엔 말이 느려요. 말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요. 척은 워낙 대사가 빠르고 톤이 변화무쌍하잖아요. 캐릭터 표현이 쉽진 않았어요. 애니메이션 더빙은 세 번째인데, 녹음에 사흘이나 걸린 건 처음이에요. 그래도 녹음하는 내내 눈이 즐거웠어요. 색감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이어서 아이들과 꼭 3D로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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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버드 더 무비'의 척(왼쪽)과 '분노새' 레드

연기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커요. 정통 극보단 콩트요. 콩트는 토크로 웃음을 주는 것과 다른 희열이 있거든요. 경복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1년 직속 후배로 제가 뽑은 유희열이란 친구도 있었죠. 하하. 그땐 방송제가 교내 축제의 꽃이었어요. 라디오극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는데 참 재밌었죠. 사실 제가 발음이 그렇게 좋진 않은데, 애니메이션 더빙 제의를 받을 때마다 그때 추억이 떠올라 염치 불구하고 계속 참여하는 것 같아요.

출연할 프로그램의 선택 기준이 정해져 있진 않아요. 섭외가 오면 기획안을 보고 제가 지쳐 있진 않은지, 어떤 것에 갈증이 있는지 그때그때 고민해서 결정해요. 대신 성대 결절 때문에 야외 촬영은 가급적 피해요. 아이들과 틈틈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프로그램 수를 더 늘리진 않고 있죠.

아주 한결같이 저만의 게임을 하고 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신기했던 게, 금기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거예요. 사석에선 그 어떤 민족보다 성(性)에 관심이 많으면서, 방송에 나오면 어색해 하죠. 미국 TV 시트콤 ‘프렌즈’(1994~2004, NBC)의 콘돔 에피소드 같은 건 또 재밌게 보면서 말이에요. 다들 좀 더 솔직해져야 하지 않나. 일부러 금기를 툭툭 건드리면서 저 나름대로 혼자만의 게임을 해 온 것 같아요. 고압 전선 같은 금기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다가가면서요.

대중과 친해지는 게 제일 중요해요. 가족 사이도 돈독해야 아버지의 객쩍은 농담에 같이 웃잖아요. 제가 짓궂은 이야기를 해도 불쾌해 하지 않고 사람들이 웃어 주는 건 20년 넘게 돈독한 관계가 유지됐기 때문이죠. 아재 개그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를 볼 때 그냥 신동엽이지, 아저씨란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경계를 넘어서는 콩트를 꼭 직접 제작할 거예요. 우리나라가 많이 바뀌었다 해도, BBC 섹시 코미디쇼 ‘베니 힐 쇼’(1955~91) 같은 건 아직 방영되기 힘들어요. 실제로 그런 프로그램이 불편하기보다 사회적 엄숙주의가 남아 있기 때문 아닐까요. 조금씩 그 경계를 넓혀서 더 솔직한 재미를 나누고 싶어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사진=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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