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선보인 자율출퇴근제|2주지난 공업시험원·농진청의 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출근부가 사라졌다.
지각도, 조퇴도 따로없다. 자기가 편리하고 업무에 필요한 시간에 출퇴근을 자유로이 하는 직장근무방식이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화제의 직장은 상공부산하 국립공업시험원(과천)과 농수산부산하 농촌진흥청(수원).
두 기관이 「자율근무제」란 이름으로 첨단근무의 시험에 들어간 것은 지난 1일.
『아직 열흘남짓밖에 안됐지만 우선 원내 분위기가 한결 가볍고 활기에 넘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착이 되면 정시근무, 정시퇴근의 획일적인 근무방식보다 훨씬 능률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전병식 국립공업시험원장(51) 은 총무처의 권유로 시행중인 이 자율근무제에 벌써부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두 기관이 1차시험부서로 선정된 것은 정시근무가 꼭 요구되지 않는 연구기관의 성격이 고려된 것.
2백90명의 연구직과 51명의 행정직등 5백92명의 공업시험연구소 직원들 가운데 당장 자율근무제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60여명의 과천거주직원과 36명의 대학원 수강, 5명의 대학출강 연구관·연구사들.
공무원통근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과천거주직원들은 형편에 따라 7시에 출근했다가 4시쯤 퇴근하는가 하면 10시쯤 출근했다가 7시넘어 퇴근하는 등 효과적으로 일하며 남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대학원진학·출강은 연구진의 자질향상·대학과의 교류란 측면에서 장려돼왔지만 9시출근·6시퇴근제도 때문에 오후에 일찍 나가자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지요. 그러나 이제는 떳떳하게 나 다닐수 있게돼 심리적 부담이 사라졌습니다. 급 1주일에 하루 대학에 출강하는 김기주연구관 (51·여·종합화학분석과) 과 가을학기 대학원박사과정에 들어갈 예정인 정문기연구사 (38·무기화학과) 는 입을 모은다.
총무처는 시험기간동안 상오7∼10시 출근, 하오4∼7시 퇴근범위안에서 평일하루 9시간근무 (점심시간1시간포함)를 이행토록 해 아직 전면자유(?)는 제한하고 있으나 연구기관에서는 이마저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들.
연구원측은 직원들의 야간근무에 맞춰 도서관·식당의 24시간 운영체제를 갖추고 야간에 봉고차를 1㎞쯤 떨어진 간선도로까지 운행하는 교통편의까지 제공하고 있다. 인력과 돈을 다소 더 써야되는 측면도 있으나 정시근무가 없어지고 24시간 근무가 돼 크게 보아서는 더 경제적이라는 설명.
『자율근무가 게으른 사람 늑장부리라는 취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밤이 없는 연구실이 돼야지요.』
전원장은 자율근무를 사실은 「인력과 시설의 전가동」이라고 주장했다.
농촌진흥청도 6백30여명의 연구직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가 우선은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문병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