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형세가 좁혀질 때마다 탄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본선 4강전 1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기사 이미지

14보(154~170)=55로 중앙을 연결할 때 하변에서 젖혀 나온 56은 일종의 응수타진으로 보인다. 흑이 뒤로 늦춰 응수하면 그 자체로 활용이 되고 실전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면 60, 62로 버리겠다는 의도. 59가 멋진 맥. 이런 수가 나와 형세가 좁혀질 때마다 검토실의 탄식이 무겁다. ‘상변 깊숙이 뛰어드는 무리만 안 했더라도…’.

59의 코붙임에 ‘참고도’ 백1로 비집고 나와 저항하는 건 흑4, 6을 선수한 다음 흑8로 중앙을 끊어 좌중앙 백 전체가 위험하다. 중앙 접전에서 미미하게나마 흑이 이득을 취하면서 형세는 한 드 집 차이로 바짝 좁혀졌는데 커제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다. 좌상귀 쪽에서 밀어온 64, 우변 66, 68 선수의 권리를 행사하고 우상귀 쪽 70으로 백 한 점을 살려낸다. 이 장면에선 반상 최대의 곳. 이곳을 소홀히 하다가 흑이 70의 곳을 두어 먼저 백 한 점을 잡으면, 다음 흑A를 선수하고 B로 끊어 상변 흑 여섯 점을 놓고 따내게 하는 끝내기가 생긴다. “끝내기도 빈틈이 없는 거 같아요. 반면 1집 반 이상은 앞서 있습니다. 백이 지는 그림은 나오지 않겠어요.” 승부가 종착역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박영훈 9단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고막을 울린다.

손종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