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캐즘(Chas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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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틴틴 여러분, 혹시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이 뭔지 알고 있나요. 아마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커다란 안경처럼 생긴 VR 기기를 쓴 사람들을 본 적 있을 거예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소니·구글 등 대부분의 참가 업체들이 VR 기기와 관련 기술을 선보였죠. VR 기기도 599달러(약 68만원)짜리부터 20달러(약 2만원)짜리까지 다양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갤럭시S7’ 예약 가입자들에게 12만9000원짜리 ‘기어VR’을 공짜로 주기도 했죠.

신기술·제품이 널리 쓰일 때까지
찾는 사람 없어 어려움 겪는 현상
태블릿 PC도 10년 걸렸답니다

VR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한 건 1989년부터입니다. 1940년대 미국 공군이 개발한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기술의 역사가 상당히 깁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주변에서 VR 기기 쓰는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기술인데도 아직 VR기기를 일상생활 속에서 쓰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일컫는 단어가 바로 ‘캐즘(Chasm)’입니다. 신기술이 처음 개발된 후 대중적으로 보급되기까지 수요가 정체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죠. 캐즘은 원래 지질학 용어로 크게 단절된 구간을 의미합니다. 199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제프리 무어 박사가 벤처 업계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면서 ‘캐즘’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이제 경제 용어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모든 신기술이 이런 캐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 기간을 잘 극복하면 기술이 대중적으로 널리 활용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사장될 수도 있습니다.

태블릿 PC도 캐즘 단계를 거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태블릿 PC를 처음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애플이 출시한 아이패드가 세계적인 인기 상품이 됐고 이후 태블릿 PC는 차세대 단말기로 급부상했습니다. 이렇게 캐즘을 극복하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부릅니다. VR 업계에도 티핑 포인트를 마련해 줄 신제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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