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는 열릴 것인가|하한정국 학원·노사 두 현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찰의 학원 수색과 잇단 연행 구속, 대우어패럴 사태등 심각해진 노동문제 등이 하한정가의 민감한 정치문제로 등장하고있다.
신민당은 이런 사태를 중시, 즉각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고, 민정당은 임시국회를 못 열 것은 아니지만 우선 관계상위부터 열고 보자는 입장이다.
국민당도 이번에는 신민당과 보조를 같이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있다.
여야가 학원·노동문제를 중시한다는 데는 일치되지만 그러나 사태를 보는 시각은 엄청나게 다르다.
우선 여당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학원과 노동문제를 자율과 개방원칙에 따라 점진적으로 대처, 개선해야 하지만 질서파괴와 위법차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있다.
그러나 여당은 이들 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만 있지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단계적인 해소방안은 마련하지 못해 고민이다. 이둘 문제에 대한 밝은 청사진의 제시 없이 자중만을 요구하다보니까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데에 대해 당내일각에서는 반성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노사문제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노사분규의 근원적 해결, 또는 적어도 노사분규를 사회문제로 비화시키지 않고 기업내부의 문제로 국한시키기 위해서는 노조활성화조처가 선결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학원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시각이 있다. 학원에 실질적인 자율권을 허용해 학원 스스로의 해결책 모색을 도와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집권당 안의 작은 목소리에 지나지 않아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별로 못미치고 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노사분규에 대해서는 외부 행동은 엄격히 다스리지만, 내부적 행위에 대한 공권력개입은 해서는 안된다는 지침을 갖고 대우어패럴사태에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의 학내수색에 대해서도 여당측은 앞으로의 사태예방책을 위해 잘 했다는 대체적 평가지만 방법상에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당 고위간부는 사전에 학원사태의 실상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또 학생들에게도 자중을 당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공권력 행사도 불사한다는 정도의 경고를 한 후에 그같은 조치를 취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에는 민정당측이 정부로부터 이번 조치에 대해 사전에 귀띔조차 받지 못한데 대한 불만도 아울러 실려있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부 의원들은 『방법이야 어쨌든 최근에 정부가 한일 중 가장 후련한 일』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여론도 있고 이같은 시각이 대체로 다수를 점한다.
그러나 신민당은 정부·여당측과는 입장이 현격하게 다르다. 야당은 두 사태의 근원적 해결은 민주화에 있다고 보고 억압 적인 노동관계법의 개정과 학원의 완전한 자율보장이 즉각 단행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학원수색을 학원자율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학생들의 연행·구속을 다분히 인권차원에서 보려는 경향이다.
대우어패럴 노동자 농성해산 사태를 『정부와 사용주가 협조해 폭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시킨 것은 생존권의 박탈행위』라고 몰아 붙이고있다.
그러나 야당 또한 고민이 많다. 이들 문제에 대해 어쩔수 없이 학생들과 근로자들의 편을 들어 원칙론을 펴고있으나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과격하고 급진적인 행동과 강령에는 못마땅해 하고 또 그들의 이념에 대해서는 동조할 수 없는 보수야당의 체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야당으로 학원 및 노동문제에 대한 당론이 마련돼 있지 못한 상태에 철학과 이념이 없이 즉물적으로 사태해결의 대증요법만을 임시방편으로 산발적으로 주장해 알맹이가 없다』 는 한 간부의 자성적 지적은 음미할 만하다.
단적으로 학생및 경인지구 해직 근로자들의 당사농성 때 당이 보여준 미적지근한 대책이 이를 잘 설명한다. 심지어 다수의 당직자들은 학생과 근로자의 조급한 행동에 분노하기까지 했다.
야당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급진적 행동이 몰고 올 파국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자세다.
신민당의 대다수의원들이 노동자와 학생문제에 대해 『혹을 달고 다니는 느낌』이라고 실토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신민당이 이번의 학원 노동사태에 대해 한층 심각하게 느끼는 배경에는 시국인식의 위기론이 깔려있는 것 같다.
즉 이번의 강경책이 앞으로 연속적으로 강경책을 구사하겠다는 첫 신호가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민우 총재의 『예감이 안좋다』는 즉각적 반응은 이를 잘 설명한다.
따라서 국회를 열어 정부·여당의 진의도 짚어볼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총재나 김 총무 모두가 『단독소집은 안될것』 이라고 토를 다는 것은 정국경화 쪽을 택하기 보다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시국대처방안의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민정당도 야측의 이런 속내를 읽고 내무 문공 보사 등 관계상위는 언제든지 열어도 좋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국회를 열어 그 실상을 공개하명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임시국화를 열면 야측의 「신명난 굿판」만 마련해주어 초점이 흐려지기 때문에 일단 상위로서 막아보자는 생각이나 임시국화를 불응한다는 자세는 결코 아니다.
현재로서는 이재형 국회의장을 포함한 의원 90여명이 외유중 이어서 현실적으로 어렵고 뭔가 작품을 내는 생산적 국회가 돼야한다는 논리로 상감법개정안과 추경예산안 처리의 보장을 요구해 야당측이 선뜻 응할 수 없도록 지연전술을 펼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임시국회소집문제는 여야 양쪽, 특히 여당 쪽의 이해득실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이수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