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내려도 국내원유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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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7월5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리는 OPEC(석유수츨국기구)총회는 원유공시가를 인하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총회에서 대폭적 유가인하는 어려울것이며 대략 중가 및 중질유가 배럴당1∼1.5달러 경질유는 0.5∼1달러 내림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가를 소폭 내릴경우 국내 유가조정은 안한다는것이 동자부의 방침이다.
OPEC의 원유가격인하만을 따지면 마짱히 국내유가도 따라서 내려야되지만 그간의 환율인상에 따른 유가인상요인을 상쇄하고 나면 인하여지가 없다는것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업계는 수출이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여 원유가가 내려가면 유화제품가격도 내려 국제경쟁력을 높일수있게 해주기를 바라고있다.
대충 원유가가 1달러 내릴 경우 국내 유가인하요인은 3.6%정도인데 그동안 기름을 사오는 달러값이 올라 실제로는 그대로 반영할수 없다고한다.
지난 4월1일 이후 현재 국내유가에 반영된 환율은 달러당 8백52원50전이다.
그러나 지금 환율은 8백75원대를 돌파 2.6% 오른 셈이다. 환율 1% 상승의 유가인상요인은 1.33% 이기 때문에 환율 2.6% 상승분만으로도 유가인상요인은 3.5% 정도라고 한다.
OPEC가 83년3월과 금년 1월 원유 공시가를 인하한데 이어 이번에도 본래· 7월 22일 열릴 예정이던 총회를 앞당겨 개최, 인하문제를 다루게 된 것은 비OPEC 산유국들의 수출가격인하경쟁과 OPEC산유국 스스로의 할인 판매등으로 그들의 카르델 가격인 공시가 체제를 고수하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석유시장의 현물유가는 현재 최 하락세로 내려가 있다. 경질유의 대표 유종인 사우디아라비아견 경질유의 현물가격은 배럴당 28달러인 공시가를 1.5달러 밀도는 26.5달러수준이며 공시가가 26.5달러인 사우디아라비아산 중질유의 현물가격도 요새 25달러수준에 머물고있다.
이같은 원유가 하락 추세속에서 산유국들의 유가인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비 OPEC산유국의 유가인하사태가 속출하고있다. 아부다비는 6월1일부터 배럴당 몇센트∼1달러이하하고 대금 결제기간을 연장했다. 오만은 27.35달러에서 1.20달러를 내려 5월부터 소급 적용키로 했다. 소련은 5월에 이어 6월에 또다시 수출가격을 1달러 인하했다. 현물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국은 26.65달러에서 1.25달러를 끌어내렸다. OPEC가격정책을 지지해온 멕시코도 지난 1일부터 중질유를 25.5달러에서 24달러로 인하, 최초로 중질유가를 인하시킨 나라가 되었다. 중공도 2· 4분기 수출가격을 60센트 내렸다.
이처럼 경쟁상대인 비OPEC 산유국들이 앞을 다투어 유가를 내리자 OPEC회원국들도 각종 편법으로 공시가 이하의 할인판매를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이란의 경우 이라크 공습으로 석유수출이 부진하자 대금결제기일연장, 운송보험료부담등의 방법으로 배럴당 4달러까지 할인 판매하는가하면 원유를 곡물·무기등과 교환하는 바터거래를 하는 나라가 많아졌다. OPEC의 바터거래량은, 전체 생산량의 15%에 해당하는 하루2백50만 배럴로 늘어났고 외환부족이 심각한 OPEC회원국들의 바터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O일에는 그동안 OPEC공시가를 유일하게 고수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엑슨, 모빌등 4개 석유메이저들에 정유비용과 수송비틀 빼주겠다고 유가합의를 제의해 관심을 끌었다.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금년 예산이 5백50억 달러인데 현 석유생산수준으로는 1백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되며 약1천억 달러의 현외환보유고중 3분의1을 누적적자충당에 쓰고나면 3년이내에 외완보유가 바닥난다고 최근「야마니」석유상이 실토했다.
그는 OPEC 회원국들이 가격할인과 생산한도를 지키지 않으면 사우디아라비아도 생산을 늘릴것이며 그렇게되면,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이하로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하락의 원인은 세계수요감소와 공급과잉이다. 수요감소는 7O년대 두 차례 유가파동을 겪은 각국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열을 쏟고 대체 에너지를 다투어 개발한데다가 특히 주요 선진국의 성장세가 줄어들었으며 서방기업들이 유가하락을 기대하여 석유수입을 보류하고있는 것 등에서 기인한다.
OPEC산유량은 초년만해도 하루 3천만∼3천1백만 배럴이었다. 이것이 5월중 1천4백50만배럴로 20여년안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석유에 관한한 70년대가 가용파동의 시기였다면 80년대는 수요파동의 시기다. 이같은 수요감퇴는 80년대말까지 지속될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있다. OPEC의 불안은 커지고 결속은 약화되고있다.
물론 이번 OPEC총회에서는 공시가를 인하하지 말고 현재의 생산한도를 축소하자는 견해 (이란· 나이지리아)등도 있고 회원국간 불화 때문에 유가인하결정에 합의 하지못할 가능성도 있어 가격인하를 하지않을것이라는 전망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배적인 견해는 역시 유가인하 및 유종간가격 격차조정을 기정사실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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