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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왜 오셨어요?” 질문에 묵묵부답 입원한 신격호

중앙일보

입력

16일 오후 3시 20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동생 신정숙씨가 낸 성년후견인 신청 재판상 필요한 정신감정을 위해 이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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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으로 결국 아버지가 정신과 입원 진찰을 받는 신세가 됐다.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6일 오후 3시20분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에 도착했다. 이는 지난 3월 재판부가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 서울대병원에서 정신감정을 받도록 정한 것에 따른 것이다.

병원 앞에 도착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장남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이 준비한 빨간색 휠체어에 오른 뒤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신 총괄회장의 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인 조은주씨가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중앙일보 기자가 “왜 오셨느냐” “심경이 어떠시냐” “한 말씀만 해달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에 눈을 한 차례 크게 뜨고 쳐다보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79)씨가 신청한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민법상 사무를 대신할 사람을 정해달라는 재판으로, 신정숙씨는 성년후견인 후보로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 등을 신청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정신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성년후견인 제도에 응하지 않고 있고, 나머지 3명은 롯데그룹의 자문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선임해서 대응하고 있다.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는 질병ㆍ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가정법원이 법정대리인인 후견인을 정해 주는 민법상 제도로 과거 금치산ㆍ한정치산자를 대체했다.

이번 정신감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신 총괄회장의 입원을 앞두고, 두 형제는 ‘면회’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보였다.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법원에 신동빈 회장의 면회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회장과 소송을 하는 등 적대적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지난 3월 법원에서 친족들에 대해 주 2회 1시간씩 면회를 결정해 면회는 가능하다”며 일축했다.

신동빈 회장이 병문안을 올 가능성은 높다.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 때에도 주기적으로 문안 인사차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방문했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면회가 법원에서 허용돼 있는 만큼 방문은 당연히 된다”면서 “아버지가 입원했는데 문안 인사를 안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1월 이후 지속된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마무리 짓는 수순이라는 점에서 언론과 재계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만일 재판부가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이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법원이 공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 이후 진행된 두 차례의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도 신동빈 회장 측이 낸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이 받아들여 질 경우, 마찬가지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공개한 ▶롯데그룹 회장 임명장 ▶신동빈 회장 해임 지시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광윤사 주식 1주 양도 등 포괄적 법률 위임 등 역시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온전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한 것”이라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글·사진=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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