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추적 여야의 속셈을 짚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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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을정국에서는 민주화일정에 합의를 봐야하라』는 두 김씨의 발언으로 격렬한 성명전을 치른후 여야는 서로 상대방 자극을 삼가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속으로는, 앞으로의 정국에 대비한 지모짜기와 힘 비축에 여념이 없다. 여야가 속으로 거듭거듭 주판을 놓아보고 상대방을 탐색하는 핵심문제는 개헌·정치일정·사면-복권·지방자치·개혁입법등…이른바 정치쟁점들임은 물론이다. 여야가 이들 쟁점을 어떤 속셈으로 어떻게 몰고갈 것인지 추적해본다. <편집자주>
여야간 줄다리기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운 문제는 88년까지의 정치전개를 설정하는 정치일정 문제다. 양측이 공식적으로 잡고있는 정치일정은 표면상 도저히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현행헌법에 따라 대통령선거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여당측의 기본정치일정이라면, 신민당이나 두 김씨를 비롯한 야권은 그 이전인 내년봄까지 민주일정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 민주일정이란 것이 개헌일정을 의미하는 것임은 말할나위 없다. 이같은 민주화일정은 이미 총선직후 이민우신민당총재가 일본산꼐이신문회견에서 처음으로 밝힌바 있었고 이어 두 김씨가 여러차례 강조한 것이다.
두 김씨는 △금년7월말까지 사·면·복권이 되고△정기국회까지 여야간에 민주화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내년봄부터 예기치않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 두 김씨는 6월1일자 「민주통신」좌담에서 『이번 정기국회와 86년봄까지 민주화일정이 명백히 제시돼야한다』(김대중), 『내년봄까지 민주화일정이 밝혀져야 되고, 또 내년중에는 헌법을 개정해야 할 것』(김영산) 을 요구하고있다.
야권의 민주화일정은 대략 △금년정기국화부터 내년봄까지 개헌등 민주화일정 제시△내년말까지 개헌이라는 스케줄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비해 정부·민정당의 정치일정은 현행헌법을 따르고 있다. 민정당은 특히 그것을 「집권후반기」의 일정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정권이 종말은 있었지만 스스로 권력이양을 하겠다고한 집권후반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한동민정전사무총장).
이 집권후반기의 일정은 노태우대표위원이나 당직자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것처럼△86년 아시안게임△87년 지방자치제실시와 대통령후보선출△88년 평화적 정권교체와 올림픽이라는 일정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정치일정에 포함되는것이 이상스러울지 모르나 『우리의 국연이 걸려있는 중요한 행사』(노대표)이고 따라서 이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강조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야가 구상하고있는 정치일정은 너무 판이해 만약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치걱인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두 김씨가 주장하고있는 「불행한 사태」에 관해 두 김씨나 신민당이 멸시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지만 가두개헌서명운동과 같은 직접적인 정치행동의 부사와 그에 따를지도 모를 긴장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여당은 이를「자장적인 시한」이고 「폭력적인 헌정중단」 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적차원에서 이를 저지하려들면 충둘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면 하필 왜 내년봄이 그 시한이 되어야하느냐는 점이다. 야당측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미 분출되고 있으며 그것이 내년봄에는 가속적으로 폭발될 우려가 있으므로 그같은 폭력적 난국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주화가 돼야한다고 주장한다.(이완돈 신민당사무총장). 그 시기를 놓치게되면 학생·노동자들이 거리로 먼저 뛰쳐나올 가능성이 크고 그때는 정치인도 속수무책(박종률신민당의원)이라는 얘기다.
말하자면 경제·사회적인 난국이 내년봄에 폭발하게 되는데 그것을 민주화합의로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을 정부나 민정대측은 일종의 「정치협박」으로 간주하고 불쾌한 시선으로 보고있다. 『지난선거에서 학생들 지원에 재미를 본 야당측이 다시 대학생들을 앞세워 사회적 혼란을 촉발시키려 하고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어떤 민정분중진의원은 야당측이 내년봄을 자꾸 거론하는 것은 원구성 1년후인 내년4월부터는 국회를 해산할 수 있으므로 그이전에 뭔가 얻어내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민정당연수원에서는 조직의 상시동창체제를 강조하면서 시국이 혼란을 거듭하고 불안하면 국희가 해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칙론적」이라는 주장이다(정창화민정당연수원장) .
야당일각에서는 86년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행사가 국회해산과 같은 극한수단의 사용 가능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비상식적이긴 하나 내년봄이 국회존속을 가름짓는 고비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론적」인 분석은 사태를 좀 파장되게 보는 측면이 없지않다.
개헌안을 마련하고 국민과 더불어 검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여유가 필요하기때문에 내년봄까지 원칙합의만 하자는 것 (홍사덕신민당대변인)이라고 보는 것이 더 그럴싸한 것 같다.
아직 개헌내용에 대해서도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야권에서 개헌원칙에 대한 합의를 미리 얻어내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수미일공하지 못한데가 있어보인다. 다만 그것을 개헌내용에 대해 여권과 타협할 여지를 남기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내년봄까지 개헌에 대한 여야합의가 없으면 신민당이 과연 아스팔트로 달려 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비민주소속의 한 의원은 『내년봄쯤에 누가 니서서 개헌하자고 호루루기를 분다해서 모두 머리끈을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큰 오산이 될 것』이라고 단정한다.
내년봄이라는 시기가 이질적인 신민당의원들을 결속시켜 거리로 내몰기에는 『너무 이르다』는데는 상당수가 동조하고있다.
오히려 88년2월까지로 돼있는 대통령임기를 1년 앞둔 87년초가 되면, 대통령선거가 목전에 다가온만큼 개헌을 하든, 뭣을 하든 야당의 보조를 통일시키려는 압력이 먹혀들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민정당측도 당초 그렇게 전망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민우총재의 임기전 추진론이나 두 김씨의 민주화일정은 민정당에는 성급하기 짝이 없는 기습적 제안이었고 그만큼 맹렬한 반발을 보였다.
민정당측이 이같은 야당의 주장에 강공를 펴는 것도 야당의 기세를 꺾어 그들의 페이스로 끌고가자는 뜻과 야측의 진의를 타진해보자는 여러가지 의도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민정당측도 정치일정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은 피치못할 것으로 받아들이는것 같다. 지금부터 내년까지가 가장 바쁜 시기가 될 것 (이종찬민정전총무)으로들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민정당측도 야당측의 공세에 대비한 나름대로의 정치일정을 준비하는 인상이다.그것은 호헌을 전제한 것이긴 하지만 권력이 양절차와 방법의 구체화, 야당의 개헌공세에 대비한 협상.대안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여야가 서로의 깊숙한 속셈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신민당의 8월 전당대회가 정치일정을 급박하게 몰고 가느냐, 좀 완만하게 이끌어 가느냐는 하나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그 추세에 신경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김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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