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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8.2% 성장 '단독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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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경제가 '나 홀로 약진'형(型)으로 맹렬히 달리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올 들어 이라크 전쟁과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으로 고전한 가운데 유독 중국만 8%를 넘는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사령탑인 황쥐(黃菊) 부총리는 최근 "사스가 중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일시적이었을 뿐"이라며 "올해 상반기 국민총생산(GNP) 성장률은 8.2%로 잠정 집계됐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GNP와 국내총생산(GDP)은 수치상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올해에도 8%대의 성장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중국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제조업 생산액은 올 상반기에 16.2%나 급성장해 지난해 상반기의 증가세(12%)를 웃돌았다.

반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일컬어졌던 한국과 대만.홍콩.싱가포르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하다.

지난 2분기의 경우 한국은 1.9%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대만은 1.2%, 홍콩.싱가포르는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개도국인 태국.인도네시아의 성장률은 중국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 경제의 고공 행진은 수출입 분야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 상반기 중 수출액은 1천9백30억달러로 34%가 늘었고, 수입은 1천8백58억달러로 44.5% 뜀박질했다. 사스로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수출입.외국인 투자 분야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초반과 같은 '제2의 고도성장기'에 진입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 증가에 따라 특히 부동산.자동차.전자제품 등 내구 소비재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제 경제의 질(質)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베이징(北京)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은 올 하반기에 ▶맹목적인 투자를 방지하고▶일자리를 확대해 실업을 줄이고▶농민 수입을 늘리는 등 여덟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고 전했다.

그 중엔 ▶공중위생.교육.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건강.문화.오락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젊은층과 조기 퇴직자들의 실업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8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금리 인하 또는 통화가치 절하 등으로 필사적인 불황 탈출을 꾀하고 있는 데 비해 느긋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황쥐 부총리는 중국 경제의 쾌속 항진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올 하반기엔 경제 구조 개혁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4일 올해 상반기의 경제 운용 실적을 정식으로 발표한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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