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담배 끊었나…노동신문 올 들어 벌써 세번째 ‘금연 촉구’ 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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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탄두 설계도 앞에서 오른쪽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채 얘기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담배 사랑’은 유명하다. 손에 담배를 쥔 채 현지 지도를 하는 장면이 북한 관영 매체에 여러 차례 실렸을 정도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평양 지하철 시운전 행사에서 김정은이 피우다 버린 담배 꽁초가 시뻘건 불꽃을 드러낸 채 좌석 밑에 버려져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전속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명)는 자신이 펴낸 책에서 “김정은이 10대 중반부터 술과 담배를 시작했다”며 자신에게 담배를 얻어 피우기도 했다고 적었다.

이처럼 ‘헤비 스모커’로 잘 알려진 김정은이 담배를 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근거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올해 들어 금연을 촉구하는 기사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은 15일자 6면에 ‘국제적인 금연 움직임’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흡연은 자연재해나 사고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간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흡연이 낳은 각종 문제를 하나하나 열거했다. “깨끗한 공기를 오염시킨다”, “마구 버리는 담배 꽁초는 화재 원인 중 하나” 등이다. 그러면서 “담배를 기호품으로, 흡연을 하나의 멋으로, 심심풀이로 여기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고 보도했다. 이어 ▶2013년 6월 금연법을 시행한 러시아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한 쿠바 ▶모든 건물 내 흡연을 금한 온두라스 등 국제적인 금연 강조 추세를 소개했다.

노동신문이 흡연의 폐해를 역설한 건 올해 들어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4월 24일자에선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5월 2일자엔 ‘법적 통제 밑에 강화되는 금연활동’이란 제목의 기사를 각각 지면에 실었다. 특히 4월 24일자 기사에서는 “혁명을 하자면 몸도 건강해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교시까지 꺼내들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고 역설했다.

북한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노동신문이 금연 캠페인성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면서 김정은 금연 결심에 따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금연을 했다는 동향은 아직 포착된 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 3월 9일자 노동신문에 핵탄두 설계도면 앞에서 오른쪽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채 뭔가를 얘기하는 모습이 찍혔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흡연에도 ‘권위의 상징’이란 코드가 숨어 있다”며 “고위 간부들을 세워놓은 채 자신은 다리를 꼬고 담배를 피우는 김정은 모습은 그 자체가 최고 존엄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부친인 김정일은 2001년 담배를 끊은 뒤 “담배는 심장을 겨눈 총과 같다”면서 2005년 담배통제법까지 만들었지만 말년에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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