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빼기·타업종진출로 활력찾는다.|해외건설업계, '침체의 늪" 서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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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외건설업계가 아주 어려운 입장에 빠져있다. 83넌이후 3년째 우리해외건설업체들은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있다.
중동경기를 타고 흥청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하나같이 가쁜 숨울 몰아쉬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 활력있어 보였던 경남기업·남광토건·삼호 등이 이미 작년에 위탁경영 형식으로 다른손에 넘어갔고 정부와 은행들이 뒤치닥거리에 골치를 앓고있는 것이 해외건설업계다.
그만큼 해외건설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국내건실업계가 해외건설의 첫문을 연 것은 지난66년 현대가 태국의 파티니∼니라타앗간의 고속도로공사를 수주하면서 부터였다.
지난 20년동안 중동·동남아·아프리카등지에서 총 2천3백64건 7백62억5천만달러의 공사를 수주했다. 지역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체수주액의 60%를 차지, 가장 큰 사장의 위치를 접하고 나머지 중동지역이 30.8%, 동남아가 7.8%의 분포를 보이고있다.

<총 7백62억불 수주>
60년대만해도 개척기에 불파하던 해외건설업계가 급성장을 보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오일달러붐에 의한 중동경기의 활황덕택이었다. 73년이후 중동건설붐을 타고 너도 나도 뛰어들어 79년에 63억달러에 달하던 수주액은 81년에는 단숨에 1백억달러를 돌파, 1백36억7천만달러에 이르렀고 82년에도 이와 엇비슷한 1백34억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다.
그러나 83년이후 사정은 뒤바뀌었다. 중동경기의 퇴조와 함께 해외건설은 82년부터 뒷걸음질을시작, 83년에는 더 나빠져 수주액이 1백4억달러. 84년에는 65억달러로 한창때의 절반도 못미쳤다. 해외건설이 한창 피크였던 81∼83년 평균 16만5천여명을 유지하던 해외건설인력도 지난3월말에는 11만8천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불과 1년남짓동안 무려 4만명이상이 보따리를 싸 돌아온 셈이다.
더구나 신규수주는 계속줄어 올들어 5월말현재 수주금액도 19억7천만달러로 작년실적의 30.3%에 불과해 60억달러 수주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해외건설로 국내업체가 벌어들인 건설달러 (외화가득액)는 1백53억7천만달러. 만성적인 국제수지적자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었고 2차례의 석유파동을 그나마 넘기는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고용효과도 상당해 80년이후에는 건설기능공 등 연평균 15만명이상의 건설인력이 해외공사현장에 취업했다. 여기에 기자재생산 등 국내 관련산업 고용인력35만명까지 합치면 고용효과는 취업인구의 3%선인 50만명을 넘는다.
해외건설업계는 특히 반성할 점이 많다. 방만한 경영, 덤핑수주경영, 이 모든것이 오늘의 부실을 가져왔다.
해외건설업체의 부채비율(83년현재)은 4백90.6%로 전체제조업평균 3백60·3%를 훨씬 웃돌고 있다. 돈을 많이 벌었다지만 속은 비어 약체인 것이다.
70년대까지만해도 우리업체들은 저임금. 고생산성으로 노동집약적공식에 경정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부터는 터키·인도·중공 등 후발국업체들의 중동진출이 늘면서 근로자들의 임금이 상승, 경쟁력에 문제가 생겼다. 턴키공사 등 기술집약형공사는 선진국이 따먹는 사례가 늘어났다. 정부는 작년7월 부실해외건설업체의 정리방안을 발표, 해외에서 철수하는 업체는 자금을 지원, 잔여공사를 마무리하게하고 유휴장비의 국내반입을 허용하도록했다. 부도가 나면 그제서야 타업체에 공사를 넘겨, 응급처리만해오던 방식을 전환, 부실업체를 본격적으로 교통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해외건설업체중 부도를 낸 기업은 율산·공영토건 등 16개사로 부도당시 공사는 총76건에 계약금액만 20억4천만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해외진출건실업체는 53개사로 이가운데 17개업체가 철수의사를 표명해 놓고있다.
이미 경향건설·청화기업·대농건설이 해외건설면허를 반납했고 나머지 업체도 잔여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이후 본격적으로 철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돌아와 일자리를 못구한 근로자들이 있는데 또 돌아올 근로자들이 늘게되어 고용문제까지 생기게 되었다.

<1년간 4만명 귀국>
이와함께 철수결정업체에는 유휴장비의 국내반입을 허용, 관세를 5년분할로 납부하도록 지원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재 해외건설업체들의 총유휴장비는 1만3천9백63대로 이가운데 철수업체들의 반입희망장비는 4천4백47대. 이미 롯데건설 등이 1백86대의 반입을 신청, 하반기에 들여올 예정이다.
당국은 또 해외건설업체들의 연불수출지원을 내년에 1천억원으로 확대하고 폐지했던 시장개척준비금제도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공정의 80%를 미달하는 공사를 집중관리, 부실을 막고 사전수주심사제를 강화, 수익성을 따져 마구잡이식 진출을 억제하고 있다.
해외건설의 위축은 건실업계의 체질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업체에서 대형업체에 이르기까지 감량경영에 살빼기작업이 두드러지고 있다. 건설기능공이야 계약조건에 따라 귀국하면 일자리를 떠나게 되지만 진흥기업이 82년2천명이 넘던 직원을 지난2년동안 7백20명으로 64%나 감축한 것을 위시해, 한신공영·삼부토건·라이프주택·한양·대평양건설 등이 직원을 30%이상 줄였다.
이밖에 한양은 여의도 구사옥과 잠실쇼핑센터 등 비엄무용 부동산을 매각했고 한신공영도 계열사인 윤교상호신용금고와 수원 등 아파트단지의 자투리땅을 팔아넘겼다.
올연초 건설업체들의 주주총회는 어느해보다 정관변경이 많았던 때였다. 본래의 건설업을 벗어나 유통업·가스사업·호텔경영 등 새로운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경향건설이 백암호텔인수를 계기로 호텔경영업에 참여를 시작했고 코오롱건설도 호텔·콘더미니엄사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일개발은 서울북부권 도시가스사업자로 지정돼 가스업에 진출을 서두르고 있고 삼성종합건설·진흥기업도 조경사업에 발을 뻗치고 있다.

<임금까지 세금물려|이익남는 기술집약형공사 수주가 선결>
해외건설업체는 아니지만 우성건설이 국제계열의 원풍산업을 인수, 모방업의 진출을 결정한것도 건설업계의 탈건설업화의 시도로 볼 수 있다. 경영다각화에 시동을 걸고있는 것이다.
해외건실시장은 해가갈수록 험난하게 되어있다.
중동산유국들의 돈씀씀이가 갈수록 까다로와지고 있다. 80년대초에는 공사에앞서 선수금지급률도 종전20∼30%에서 5∼10%낮추고 기성고 지급기간도 2∼3개월에서 지금은 4∼6개월 늦춰진 것이 일반적이다.
중동각국이 자국화시책을 확대해 우리업체에 대한 참여영역을 규제하거나 제한도 강화되고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주소요인력의 5%, 요르단은 25%를 자국인을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있고 리비아는 전문·서비스외국인력을 오는 10월까지 출국토록 조치하고있다. 그런가하면 싱가포르는 외국인 고용업체의 임금의 30%를 세금으로 부과하고있는 실정이다.
국내 기능인력과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격차도 해외건설업체들이 부담을 느끼는 대목이다.현재 국내기능공은 월평균 임급이 5백45달러로 외국근로자(3백10달러) 보다 훨씬 높고 체재비·항공료 등 간접비까지 합치면 2배에 달하고 있다(내국인1천1백18달러, 외국인 5백70달러). 노동능률은 뒤떨어지지만 그래도 외국인 고용이 값싸 해외건설업체들은 현재30%인 외국인 근로자사용비율 제한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기술개발투자를 늘려 외화가득률이 높은 기술집약형수주능력을 길러야한다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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