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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권 선진 대표…100년 장수기업 초석 다지는 대한민국 축산 명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1973년 경기도 이천의 작은 목장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산 명가로 성장한 선진이 오름 15도 경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선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범권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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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의 선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범권 대표. 오름 15도 경영을 통해 축산식품업계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선진’은 축산식품 전문기업이다. 양돈사업을 시작으로 사료·식육·육가공사업에 이르기까지 지난 43년간 오로지 한길만을 걸어왔다. 선진의 역사는 대한민국 포크산업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83년부터 한국형 종돈을 개발해왔다. 국내 최초다. 1992년에는 브랜드돈육 1호인 선진포크를 출시해 국내 축산업계를 놀래켰다. 1997년부터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서울대 축산학과 출신으로 1998년 선진필리핀 대표이사를 거쳐 2002년부터 선진을 진두지휘하고 이범권 대표(59)는 “선진은 지난 40여 년간 축산업 발전을 위한 꾸준한 투자와 연구를 바탕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축산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축산업을 고도화된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15년간 대표직을 맡고 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선진은 출발부터가 농장에서 시작한 회사다. 농업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직원들이 순수하고 우직하다. 화려하게 꾸밀 줄도 모른다. 대신 마음을 전달하는 데는 익숙하다. 진정성을 갖고 스스로 책임지려는 성향이 강하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직원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을 갖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먹거리를 만드는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

사실은 그것이 핵심이고 우리가 늘 강조하는 것이다. 선진의 제품은 배신하지 않는다. 돼지고기 하나도 종돈에서부터 사육·가공·포장·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정성스럽게 관리한다. 특히 양돈장 직원들이 돼지를 너무 사랑한다. 자식처럼 가슴으로 대하며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 부분들이 선진만의 강점이며, 바람직한 먹거리 회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선진의 양돈농장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았다고 들었다. 양돈장 직원들의 그런 노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동물복지는 유럽에선 이미 법으로 의무화됐다. 한국은 도입 초기 단계로 꼭 필요한 것인가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에선 ‘배부른 소리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동물복지는 동물애호와는 다른 개념이다. 반려동물이 아닌 산업동물에 관한 내용이다. 비록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지만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 차원이다. 1만 마리 이상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으로서는 최초다.

시장에서 반응은 어떤가?

아직 초기라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3만 달러 정도로 높아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건강한 동물에서 나온 고기가 맛도 좋고 인간에게도 이로운 법이다.

최근 선진의 가장 큰 이슈는 해외 진출이 아닐까 싶다.

주력은 당연히 국내가 먼저다. 기업 입장에서 자국민의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 첫 번째다. 다만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무대를 확장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리핀에 들어간 지는 내년이면 20년이다. 베트남은 12년, 중국은 9년째다. 미얀마는 재작년에 시작했다. 모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이라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국가들도 역량과 기회가 되면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간 꾸준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우물을 판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무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를 비롯해 전 직원이 거기에 동의하고 그쪽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 사업을 잘 꾸려온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창립 이래 한 번도 적자 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자랑할 만하다.


l ‘오름 15도’ 경영 통한 상생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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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은 1996년 국내 최초로 한국형 종돈을 개발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완공된 태안 GGP(Great Grand Parents) 농장.

2013년, 선진은 상생의 가치 실현을 바탕으로 ‘오름 15도’라는 2020년 미래 비전을 수립했다. ‘오름 15도’란 화려한 비상을 이야기하거나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자세가 아닌 함께 성장하고 고객 가치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고자 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이는 주로 달성해야 할 목표나 수치를 이야기하는 여타 기업의 비전 슬로건과는 차별화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선진의 목표는 윤리경영을 통한 상생의 가치 창출”이라며 “고객을 비롯한 모든 이해 관계자와 상생하고, 그들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최근 성장세가 놀랍다. 2년 연속 1조 매출 달성이 쉽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사실 그런 양적 성장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양적 성장보다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성취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욱 강조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쫓는다고 벌리는 것이 아니다. 해야 할 도리를 다 하면서 따라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대표 취임 이후 달라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그동안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변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초심은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변질될 가능성 높아진다. 관료화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구성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킨다. 목적보다 수단을 중시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초심을 잃지 말고 주도적으로 일하자.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다.

국내외 축산식품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전 세계적으로 축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면 단백질 식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는 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와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려운 시장이 될 것이 확실하지만 기술 개발 부분에선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선진의 성장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혁신이다. 선진에는 그런 유전자가 있다. 사료시장에서 간신히 10위 정도 하던 시절에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양돈계열화 사업과 선진포크 브랜드화다. 펠릿(pellet) 형태의 새로운 사료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선진의 수장으로서 최종 목표는?

회사가 영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앞서가도 안 되고 그렇다고 성장동력을 잃어서도 안된다. 너무 앞선다는 것은 본질을 벗어나 겉만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름 15도 경영을 강조한다. 15도 비탈길을 오르듯 꾸준히 가는 것이다.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다. 계속 존속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선진이 100년, 200년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고 싶다. 장수기업으로 가는 초석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글 오승일 기자·사진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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