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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싱글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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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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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경제부문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여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어머니의 날 하루 전인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였다. 그는 1년 전 휴가 중이던 남편이 갑자기 숨져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 됐다.

“부녀 댄스파티부터 학부모의 밤 같은 행사까지 아이들에게 아빠가 없다고 상기시켜야 할 일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을지….” “난 다행히 경제적으로 힘들진 않지만 많은 싱글맘은 빈곤 때문에 황폐해진다.”

샌드버그의 성공에는 남편 역할이 컸다. 그는 책 『린 인(Lean In)』에서 자신의 남편을 소개하며 이렇게 조언했다. “남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외모를 보지 마라. 여성의 성공을 지지하고 공정함을 중요시하고 집 안에서 자기 몫의 일을 찾아 하려는지를 따져보라”고. 똑똑한 데다 이토록 남편복(福)까지 많은 샌드버그는 ‘그런 남편을 못 만났거나 남편이 없는 여성의 고충을 모른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번에 샌드버그는 “그 지적이 맞았다”고 고백했다. 그러고는 유급 출산휴가를 법으로 보장하지 않는 미국의 현실을 비판하고 싱글맘을 위한 정책을 촉구했다. 그가 여성의 사회적 성취를 돕기 위해 만든 단체 ‘린인.org’엔 싱글맘 모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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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우리는 어떨까.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1820만 가구) 중 한부모가정은 170만 가구다. 기러기아빠 등을 빼고 19세 미만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은 56만, 전체 가구의 3%다. 이들 중 싱글맘 가정이 65%다.

학교 행사에 혼자 가는 쓸쓸함이나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못지않게 이들을 괴롭히는 건 빈곤이다. 한부모가정 41.5%가 저소득한부모·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 등 정부 지원을 받는다. 2012년 첫 조사 때(30.4%)보다 크게 늘었다. 한부모가정의 월평균 소득(189만6000원)은 전체 가구 평균 소득(389만7000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중년의 싱글맘이 질 높은 일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다. 취업한 한부모의 임시·일용직 비율은 36.4%로 전체 취업자 중 해당 비율(25.7%, 2014년 기준)보다 높다. ‘워킹 싱글맘’은 육아도 다른 워킹맘보다 훨씬 힘들 수밖에 없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나라라면 이들이 더 좋은 일자리에서 맘 편히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책적 지원 확대와 별개로, 우리에게도 ‘셰릴 샌드버그’가 필요하다. 정자 기증으로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는 방송인, 사별 후 아픔을 딛고 여당 텃밭에서 당선된 야당 국회의원, 입양해 아이를 키우는 여변호사….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영향력을 싱글맘을 위해 발휘해주면 좋겠다. 비(非)혼모와 이혼가정이 늘어나는 시대에 누구든지 어느 날 갑자기 싱글맘이 될 수 있다.

박수련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