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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값하는 귀하신 몸 금개구리, 사람 손에서 커 자연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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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개구리(학명 Phelophylax chosenicus)

한국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학명 Phelophylax chosenicus)가 사람의 손으로 키워져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금개구리를 인공증식 후 방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13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의 임진강 평화습지원에 금개구리 500여 마리를 방사했다.

몸길이 3.5~6㎝의 금개구리는 국내 고유종이다. 밝은 녹색의 등 양 옆으로 2개의 굵고 뚜렷한 금색줄이 볼록 솟아 금개구리로 불린다. 참개구리와 생김새가 비슷해 참개구리의 아종(亞種)으로 분류됐으나 1956년 별종으로 인정 받았다.

1980년대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농경지가 개발되고 농약이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2012년 5월부터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 중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195종 중에서 양서류는 금개구리와 맹꽁이 등 2종이다. '금'이란 단어가 붙은 개구리란 이름 그대로 '귀하신 몸'이다.

농업기술원은 멸종위기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2013년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 농수로에서 금개구리 14마리를 잡아 증식 연구을 시작했다.

하지만 산란부터 쉽지 않았다. 4~5년생 암컷이 보통 600~1000개의 알을 낳는데 인공연못에서는 산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 분석에 나선 연구진은 인공 연못 깊이가 산란에 적합한 깊이(40~50㎝) 보다 절반 정도로 얕고 알이 붙을 수초와 물이끼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산란환경을 개선했는데 이번에는 올챙이 성장이 또 문제였다. 인공연못, 저수지 등에서 변태가 이뤄지지 않고 폐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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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업기술원 사육실내 금개구리 사육모습

연구진은 올챙이를 실내 사육 상자로 옮겨 최적의 서식조건을 만들어줬다. 사육실 온도를 27~28℃로 유지하면서 70여 개의 사육상자를 최대한 자연연못과 같은 환경으로 꾸몄다. 부화에 성공하자 사료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국내 양서류 권위자인 강원대 박대식 교수의 도움으로 삶은 배추와 열대어 먹이를 일정 비율로 배합한 특수식을 제공한 것이다. 성체 금개구리에게는 농업기술원이 자체적으로 키운 귀뚜라미를 모이로 주기도 했다. 2년 넘게 진행된 연구 끝에 금개구리 인공 증식에 마침내 성공했다.

농업기술원은 이날 500여 마리의 금개구리를 임진강 평화습지원에 방사했다. 평화습지원은 수심이 50㎝인데다 수초가 무성해 서식하기에 알맞다. 금개구리를 잡아 먹는 메기와 같은 육식 어류가 서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임재욱 농업기술원장은 "국내에서 금개구리를 인공적으로 증식해 방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자연에 잘 적응하는 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공원이 발표한 '귀하신 몸 베스트10'에 금개구리가 포함돼 금개구리의 '몸값'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라 순위에 포함시킨 것"이라며 "(몸값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화성=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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