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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에 쫓기는 아프리카 마르크스 주의|각국 중앙집중경제 개혁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제정책의 실패로 아사자들이 널려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이데올로기의 희생물이라는 새로운 자각이 일고있다. 60년대 독립의 붐을 타고 태어난 아프리카의 사회주의는 70년대 마르크스-레닌주의로 성숙했으나 80년대에 와서는 그 비참성과 불안으로 점점 배척 당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회주의의 시조로 불리는 탄자니아의 「줄리어스·니에레레」 대통령은 6월초 지금까지4년 동안 주택의 개인소유를 금지해온 법안을 철폐하는 한편 국가소유의 농장부지를 개인기업가에게 양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로 자부해온 모잠비크도 최근 새로운 개인투자법안을 제정하고 세금을 낮추었으며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출입통제를 완화시켰다. 모잠비크는 이제 그들이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보이던 다국적 기업으로부터의 투자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자칭 마르크스-레닌주의자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수상도 지난 5월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단지 두 번 밖에 언급하지 않고 그가 지향하는 목표는 「강제와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육과 설득」에 의해서 성취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의 노선에 변화가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이러한 사회주의 퇴각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깔려 있다. 사회주의정부가 실패한 첫째원인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는 것. 탄자니아· 잠비아· 이디오피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다른 이유는 소련이 이디오피아·앙골라·모잠비크 같은 동맹국에 무기 이외에는 충분한 자금이나 자원을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기아로 인한 수많은 인명의 손실이다. 탄자니아와 같이 휴머니스트격인 것이었든, 앙골라·모잠비크와 같이 이상주의적인 것이었든, 사회주의를 시도하는 많은 나라들은 경제파탄에 직면하고 있으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제국은 서방의 자본과 사고방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50개 아프리카국가 중 10여개 나라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개국이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고 있다.「니에레레」 대통령 등 많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소위 「발전없는 성장」만을 가져오는 자본주의를 외면하고 사회주의를 택했다.
이들은 자본주의가 국민총생산 (GNP)의 증가는 가져오나 국민다수의 생활조건을 개선하지는 못한다고 믿었다.
이제 와서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사회주의로부터 퇴각」을 시인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취하고있는 여러 조치는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이러한 새로운 방향모색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앙집권적 경제체제의 해체다. 경제력의 중앙집중은 국가의 빈약한 자원을 집약해서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자는 이론 하에 추진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경제력의 중앙집중은 관료주의의 부패를 낳았고 국가통제를 받는 기업들은 대부분의 아프리카인들이 살고 있는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을 정책 우선 순위에 있어서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빈약한 관료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아프리카의 경제파탄은 골수마르크스주의자들의 생각까지 바꿔 놓았다. 앙골라정부관리들은 소련의경제고문단까지도 새로운 자본의 해외유입을 위해 서방국가에 눈을 돌리라고 자신들에게 권유했다고 전했다. 마르크스주의자와 급진주의자들은 아프리카에서는 사회주의가 꽃필 기회가 없었다고 변명한다.
역설적으로 가장 순수한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나라는 흑인통치를 거부하고 있는 남아공이다. 남아공에는 정치적으로 잘 훈련된 혹인 노동자계급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산업기반 또한 건실하다.
그리고 아프리카대륙 가운데 노동조합이 가장 발달해있으며 이 조합은 반정부투쟁계급을 형성하고있다.
만약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소원대로 노동자혁명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남아공에서만 가능하다.【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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