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직접배워 자녀입시 지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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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녀한테『엄마는 그런 것도 몰라요?』하고 무안 당할까봐 겁나고, 자녀의 성적을 조금이라도 올리고 싶고 ,과외 단속과 상관없는「엄마 가정교사」로서 자녀의 입시 경쟁을 거들어야 하고…. 이래저래 어떻게든 척척 박사가 되려는 어머니들을 위해 국민학교 3학년 산수 교육, 중학교 2학년 영어 교육 따위의 어머니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여성 단체나 사회단체들이 계속 늘고 있다. 『임시 전쟁을 무난히 치러 내려면 미덥지 않은 학교교육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어머니들의 교육열을 반영하는 것.

<국어·영어·수학을 주로 가르쳐|일방적 주입보다 함께 노력하는 자세 필요|자녀에게 의존적 태도 생기지 않게 배려를>
이화여대 이동원 교수(사회 심리학)는『그런 방법으로 산수 몇문제 더 풀고 영어 단어나 문법 몇가지 더아는 대가로 잃게 되는 것이 너무많다』고 지적한다. 「엄마는 뭐든지 다 아는 사람이라는 허상을 심어주려고 안간힘을 쓰면 어머니가 곧 한계에 부닥쳐서 언제까지나 그렇게 버틸 수 없을뿐더러 자녀에게 의존적 학습태도가 생겨 장기적으로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 반면『엄마가 공부할 때와 다른내용이 많아서 그런건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한 뒤 사전을 찾아보게 하거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면 스스로 알고자 노력하는 태도와 학습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모르는 문제는 학교 선생님께 여쭤보도록 하면 은연중에 선생님의 권위도 높일 수 있으므로 자녀의 질문에 즉시 대답해 주지 못하는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물론 노름이나 빗나간 취미 활동을 엉뚱한 일로 소일하는 것보다야 낫을 수도 있겠으나 이 같은『가정과외』로『가정교사 못지 않은 엄마』가 되는것 보다는 자녀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가정 분위기 조성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한결 바람직하다는 것.
자녀의 성장발달단계에 맞는 어머니 교육 프로그램이 흔하지는 않으나 일부 사회 단체들은 자녀의 독서지도·성교육·예절지도 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다. 자녀 지도의 기본이랄 수 있는「대화의 기법」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 행동 과학 연구소 워크숍, 자녀의 성격·글짓기·예절·성교육·예능·TV 시청법 등을 지도하는 한국 공문 수학 연구회의 어머니 교양강좌, 자녀의 언어생활 지도를 돕기 위한「우리말 사랑운동」이나「TV 바로 보기 운동」등을 펴고 있는 서울YMCA의 어머니 교육 프로그램 등이 그런 예. 그밖에ME(Marriage Encounter)운동 한국 본부의「참 부모가 되는 길」프로그램은 자녀 지도를 위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아버지의 참여없이 어머니들 위주로만 진행되는 문제점을 극복한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손꼽힌다.
부부가 함께 참가해서 자녀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 주려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자녀와 말 뿐아니라 마음까지 주고 받을 수 있는「진짜 대화법」은 무엇인지, 부모를 닮게 마련인 자녀에게 너무 이기적이고 인색한 인물이 되지 않도록 과연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지 등을 깊이 생각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대 박성수 교수(교육학)는『어머니가 학교 공부까지 가르치며 자녀의 입시 경쟁을 거드는 것은「생존」에 급급했던 기성세대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앞으로는 삶의「의미」와 사회에서의「역할」이 중시되는 시대를 살아가도록 보다 인간주의적인 자녀 지도 방법에도 마음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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