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깬 '장애 의원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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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에겐 생존권과 같은 이동권 문제를 입법화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부산에서 장애인 단체 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주장해 온 것이죠."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던 순간, 열린우리당 장향숙(44) 의원과 한나라당 정화원(57) 의원은 남다른 감동에 젖었다.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등의 조항을 담은 이 법안은 중증장애인들의 숙원이었던 이동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법이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발의자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었지만 두 사람의 헌신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웠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각각 자기 당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한편 수시로 만나 두 당의 의견을 조율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17대 국회의원에 비례대표로 당선됐을 때부터 화제였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1급 시각장애인인 정 의원과 지체장애(소아마비) 때문에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는 장 의원의 원내 진출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의정활동에 거는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1년. 보건복지위 소속인 두 사람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시민단체 등이 뽑은 '우수위원'에 선정되는 등 비장애인 의원들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특히 두 의원은 올해부터 장애인 수당이 경증 장애인에게도 지급되고, 이번 달부터 전동휠체어 구입비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7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때는 물론 상임위 때마다 전동휠체어의 건보 적용을 촉구해왔다.

그는 "처음엔 우리를 장애인 전문가 정도로만 생각하던 다른 의원들도 이젠 분명히 충분한 의정 수행능력을 지닌 '동료의원'으로 인정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명의 장애인 국회의원은 모든 장애인들에게 국회를 명실상부한 열린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국회 의원회관이나 의원동산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각종 행사는 지난 1년 새 부쩍 늘었다. 27일엔 국회에서 장애인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를 연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은 이번에도 각 당의 간사로서 힘을 모을 계획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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