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그네 대신 물·진흙·잔디…순천 '기적의 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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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의 필수시설처럼 여겼던 시소와 그네 같은 놀이기구를 철거했습니다. 대신 흙장난을 할 수 있는 진흙터와 소꿉놀이를 할 때 물을 뜰 수 있는 수로, 잔디가 깔린 언덕을 만들었습니다. 놀이터 한가운데는 쓰러진 고목을 놓았습니다. 전국 최초로 자연 생태를 테마로 단장을 한 전남 순천시 연향동 호반리젠시빌 2차아파트 옆 '기적의 놀이터' 모습입니다.

'엉뚱발뚱'이란 이름이 붙은 놀이터는 설계부터 감리까지 모든 과정에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놀이터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입니다. 새단장을 마친 놀이터에는 매일 아이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손으로 진흙을 만지고 발을 물에 담그며 친구와 어울리는 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순천에 들어선 제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을 소개합니다. 참고로 '엉뚱발뚱'이라는 이름도 아이들이 직접 붙였습니다. 순천시는 오는 2020년까지 이런 놀이터를 10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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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 본 기적의 놀이터 전경입니다. 흔한 시소와 그네가 없습니다. 대신 푸른 나무들에 둘러싸인 놀이터의 둘레에 조성된 시냇물 형태의 수로, 잔디 언덕 속에 파묻힌 미끄럼틀, 주황색 진흙터와 쓰러진 고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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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예배를 마치자마자 기적의 놀이터를 찾았다"는 초등학교 4학년 이다현(11·가운데)양과 친구들이 펌프장치의 손잡이를 열심히 잡아당기며 물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양은 "동화책에서 본 적이 있는 기구를 직접 작동해보니 너무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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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뿜어낸 물은 작은 돌과 자갈로 만들어진 아래쪽 웅덩이로 흘러듭니다. 벌써 반팔·반바지 등 여름 옷 차림을 한 아이들은 발을 담그고는 "강가에 놀러온 기분"이라며 즐거워합니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주변에 모래도 있고 나무도 있어서 수영장보다 훨씬 좋다고 했습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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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며 금세 가까워졌습니다. 여름에 엄마·아빠를 따라 해변에 온 것처럼 물을 떠와 모래 장난을 칩니다. 아이들은 집 거실에서 혼자 놀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웃었습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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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산에 가면 볼 수 있는 출렁다리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설 중 하나입니다. 마치 모험을 하듯 설레는 표정으로 출렁다리를 통과한 뒤 쏜살처럼 잔디 언덕을 뛰어 다닙니다. "출렁다리가 이름처럼 조금 더 출렁거렸으면 좋겠어요"라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시설입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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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언덕 위쪽에 아이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언덕에 파묻힌 원통형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입니다. 어두컴컴한 미끄럼을 타면 마치 동굴을 탐험하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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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속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합니다. 다른 동네에서 놀러온 아이들은 "우리 동네 놀이터는 재미 없는데…"라며 기적의 놀이터를 부러워합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순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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