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메우기식 재탕 너무 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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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앙코르 방영되는 TV프로그램이 많이 늘고 있다. TV프로의 앙코르방영은 훌륭한 기획과 제작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에 대해 이를 시청하지 못한 시청자를 위한 봉사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재방영요구로 앙코르 방영한다』는 방송사 측의 설명과는 달리 기획부족과 안일한 제작태도를 감추기 위한 시간메우기식의 재방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6일 현충일을 맞아 양TV는 다채로운 특집방송을 냈으나 이중 상당수가 그저 시간이나 메우고 보자는 식의 억지재방송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KBS제1TV는 하오 1시에 전쟁에서 세 아들을 잃은 도예공노인의 한 많은 삶을 그린 2시간 드라머 『청자혼』을 방영했는바 이는 KBS 제1 TV가 81년에 현충일 특집드라머로 제작, 6월6일 저녁7시에 방영했던 것이다.
KBS 제2TV가 6일 상오10시30분에 방영한 특선영화 『나타샤』도 바로 지난해 현충일 하오 2시10분에 KBS제1TV의 전파를 탔던 것이다.
한편 MBC-TV는 6일 하오1시40분에 다큐멘터리『아! 사이공』을, 이어 하오3시10분에 특선외화 『솔저블루』를 방영했는데 두 프로그램 모두 불과 한두 달 전에 방영했던 것들이 였다.
『아! 사이공』은 지난 4월28일 밤10시에, 『솔저블루』는 3월23일 밤 『주말의 명화』로 방영됐었다.
현충일 추념방송이 차분하고 조용해야 한다는 것은 떠들썩한 오락위주의 특집프로에서 벗어나 이날을 새롭게 조명하자는 것이지 그저 안일하게 옛날프로를 재탕이나 하자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앙코르방영 프로도 엄선해서 방영토록 해야겠다.


○…최근 KBS 제2TV 고발프로그램『추적60분』이 원래 방영목표였던 논란이 될만한 프로는 가급적 피하고 대신 가벼운 프로를 방영하는 등 회를 거듭할수록 시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일 밤『추적60분』은 당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금서문제를 다툴 계획이었으나 방영 하루 전에 정치·경제·문화의 새로운 중심지로 변모해 가는 서울여의도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서울 속의 서울, 여의도」편으로 바꿔 방영했다.
9일 밤8시50분에도 원래는 택시회사의 사납금을 둘러싼 회사와 운전사의 갈등과 월급제실시로 인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파헤칠 계획이였으나 갑자기 「택시가 왜 위험하고 불쾌한가」로 주제를 바꿔 사납금과 월급제 실시에 따른 문제는 택시가 불쾌하게 되는 한 원인으로 분석하는 데 그쳤다.
많은 시청자들은 『추적60분』이 그전과 같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고발프로이길 기대하고 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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