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에 익힌 "기량"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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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7일과 8일 서울 효창공원에서 벌어진 「할아버지·할머니 솜씨 큰잔치」에서는 할머니들의 손끝에서 옛맛 그대로 되살아난 전통음식들이 유독 인기를 모았다.
대한노인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 선보인 동래 파전·포천막걸리·평양 빈대떡·문어오린 것·다식 등은 모두 인공색소나 가공된 재료를 전혀 쓰지 않은 자연식품들. 7세때 배운 다식을 지금도 제사나 집안 큰일때는 손수 만들어 쓴다는 홍종완할머니(76)는 『조금만 더 신경쓰면 굳이 꺼림칙한 색소를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원하는 빛깔을 낼수 있다』고 말한다.
진짜 다식은 멥쌀·콩·검정깨 빻은 것과 송화가루·녹말가루 등을 유자·생걍·오미자 따위를 우려낸 설탕물로 반죽하여 틀에 찍어내는 것. 요즘 다식틀을 실내장식품으로 걸어두고 그냥 구경거리로만 만드는 것은 너무 어이없는 일이라면서 『웬만한 것은 죄다 사쓰려는 며느리나 딸들의 말대로 따르는 것은 웃어른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라고 홍할머니는 꼬집었다. 젊은 세대가 우리전통을 업신여기지 않게 하려면 명절이나 제사 등 특별한 때 만이라도 옛어른들의 생활모습을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
평양식 녹두빈대떡 솜씨를 선보인 최용규할머니(78)는 『고사리·파·돼지고기·실고추 등을 넣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멥쌀을 조금만 넣고 주로 녹두를 갈아 반죽하는게 맛있는 빈대떡을 만드는 비결』이라며 『녹두를 믹서 대신 맷돌로 갈면 맛도 한결 좋을뿐더러 손자나 며느리가 맷돌질을 돕는 동안 은연중에 「우리것」을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쌍계피떡·꼬리절편 등을 맵시있게 빚어낸 김소심할머니(69)는 3대째 대물려온 떡장수솜씨를 7년전에 자신도 배웠다며 『떡맛은 「모양맛」이 절반』이라고.
이번 솜씨큰잔치에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시조와 베틀노래·방아타령 등이 어우러진 가운데 전통음식외에도 미투리·꽃버선·염낭·까치두루마기·버그미(씨앗담는 그릇) 등 요즘 보기드문 전통공예품들과 폐품을 이용한 갖가지 장식품 및 생활용품들을 직접 만드는 모습들이 재현되었다. <김경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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