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의 핫 키워드, #곡성 #칸 #결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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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은 첫 주연작이잖아요. 이건 조연할 때랑 사이즈가 다르니깐 잠을 못 자요."

데뷔 이래 처음 주연작을 선보이는 배우 곽도원은 요즘 밤 잠을 설칠 정도다. 게다가 첫 주연작이 '추격자'·'황해'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12일 개봉)'이라니 떨리고 긴장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곡성'은 마을 곡성에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연쇄 사건 속 소문과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곽도원은 곡성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에 얽히고 설키게 되는 경찰 종구를 맡아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나간다.

"촬영 현장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찍었어요. 영화를 보고 '연기가 왜 저러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실수한 게 아니라 그 당시 찍을 때 능력이 안 되서 그런거예요.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선 정말 최선을 다 했습니다."

12일 '곡성' 개봉을 앞둔 곽도원의 우려와 달리 러닝타임 156분간 그의 연기에선 '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캐릭터와 작품에 녹아든 연기를 했다는 의미다. 이 작품으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처음 칸 레드카펫도 밟는다. 곽도원의 연기 인생 2막이 시작된 듯 하다.

-완성된 '곡성'을 처음 봤을 땐 어땠나.
"처음에 영화 완성된 걸 본 건 기술시사회 때였다. 스태프들이랑 같이 보는데 아무도 안 웃더라. 같은 식구인데 같은 편인데도 안 웃고 진지했고, 박수도 안 쳐서 '이거 어떻게 하나' 싶더라. 코미디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진지해서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언론시사회 때 웃음 소리가 들리더라. 그때 좀 안심했다. 원래 언론시사회에서 웃긴 장면에서도 일로 보기 때문에 잘 웃음이 안나오지 않나. 배우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엔 웃음이 나와서 이 정도면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개봉을 앞둔 지금 아휴... 죽을 것 같다. 정말."

-첫 주연작이라 부담이 커 보인다.
"영화가 잘 안되면 나 혼자 욕을 먹을테고, 칭찬을 먹으면 같이 한 분들 덕분에 칭찬을 받게 될텐데 너무 걱정이 많이 된다. 솔직히 조연을 할 때는 형들이랑 같이 하고 솔직히 내 신이 영화에 누가 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소극적인 자세였는데 주연은 정말 부담감의 사이즈가 다르다. 잠을 못 잔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고 느낀다면 더 바랄 것도 없을 것 같다. 몰래 영화 표를 끊어서 보러 갈거다. 관객들을 반응을 리얼하게 듣고 싶다. 2시간 반 동안 영화 한 편 잘 봤다라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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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황정민·천우희·쿠니무라 준이 연기한 캐릭터가 애매모호한 데 비해 종구는 확실한 캐릭터였다.
"굉장히 일상적인 사람이고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저씨를 연기했다. 찌질함도 있고,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의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6개월 동안 촬영하는데 가장 힘든 건 이야기의 순서대로 찍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장 상황 등과 촬영 스케줄 때문에 뒤죽박죽 촬영을 하는데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캐릭터의 감정을 끌고 간 적도 없고, 감정의 폭을 한 단계씩 쌓아올라가면서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러면서 작품에서 진짜처럼 보여야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감정의 깊이가 촬영하는 신 마다 다르고, 나홍진 감독과 내가 생각하는 깊이감이 달라 여러번 테이크(촬영)을 간 적도 있다. 그래도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촬영 현장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연기가 왜 저러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실수한 게 아니라 그 당시 찍을 때 능력이 안 되서 그런거다.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선 정말 최선을 다 했다."

-황정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정민이 형은 산에 올라갈 때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루터기같은 존재였다. 옹달샘이기도 했다. 정민이 형은 크랭크인하고 한 달 뒤에 촬영에 처음 합류했는데 정민이 형이 오는 날만을 정말 손꼽아 기다렸다. 정민이 형이 촬영장에 오면서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데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내겐 정말 큰 힘이 됐다. 그동안 조연을 하면서 늘 현장엔 형들이 있었고, 연기할 때 힌트를 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번 촬영은 그런 존재가 없어서 사실 힘들었다. 정민이 형이 처음 촬영장에 와서 '너네 고생이 많다'라고 하는데 '형, 힘들다'라며 괜히 우는 소리도 하고, 좋았다."

-천우희와는 어땠나.
"우희도 쿠니무라 준도 정말 큰 힘이 됐다. 든든했다. 우희나 쿠니무라 준이랑 촬영할 땐 심리적으로 굉장히 편안해진다. 그러다가 또 혼자 찍게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혼자 있으면 숙제를 혼자 풀어야하니깐 그 만큼 부담이 컸다."

-작품에서 동물이나 어린 아이와 연기하는 것 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하던데. 이번에 개와 아역 배우와 연기를 했다.
"영화에 나오는 개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사실은 똑같이 생긴 개 네 마리가 돌아가면서 찍은 거다. 어떤 개는 물어뜯는 걸 잘하고, 어떤 개는 짖는 걸 잘하고 각자 잘하는 게 달랐다. 개한테 다리가 물려서 바지가 찢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바지를 찢을 의도가 없었던 장면이었는데 개가 무는 힘이 너무 세서 청바지가 찢어져버렸다.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저절로 공포감이 생기더라. 극 중 딸로 나온 환희와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아역 배우랑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 보다 어린 후배 배우랑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오디션을 볼 때 환희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어떻게 11년 밖에 살지 않은 아이가 그런 연기를 하는지 놀라웠다. 환희가 몸이 꺾여서 우는데 부성애가 저절로 생기더라. 나홍진 감독도 디렉션을 줄 때 애기처럼 다루지 않고 성인 배우 다루듯이 했다. 그걸 다 이해하는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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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서 찍은 절벽신은 CG였나.
"에이. 그거 진짜 절벽에서 찍은거다. 나 감독의 장점 중 하나가 배우가 그 상황에 한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리얼한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물 시체에서 구데기가 생기는 장면이 있으면 실제로 구데기를 키워서 두는 사람이다. 배우의 리얼한 반응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쿠니무라 준 방에도 향을 피워두고 벽을 젖셔둬서 일부러 습한 냄새를 나게 했다. 그 현장에 있으면 배우가 순간적으로 감정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절벽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나 감독이 '어떻게 하실거예요'라고 묻길래 '절벽 끝까지 가야지'라고 했는데 정말 안전장치 없이 끝까지 가서 찍었다. 연기할 땐 모르다가 감독의 컷 소리가 나면 엄청 무섭더라. '레버넌트' 보다 더 힘든 촬영이었다. 하하하하."

-첫 주연작으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칸은 솔직히 부담이 안 된다. 축제를 즐기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칸에 간 적이 없으니 가서 뭘 해야할지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안된다. 아침부터 계속 기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예상치 못 한 질문도 나온다더라. 아무래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기자들이고 사고 방식이 다를테니 '곡성'에 대한 접근방식이나 해석하는 스타일도 다를 것 같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궁금하다. 또 외국 사람들의 눈엔 '곡성'이 어떻게 보일지도 궁금하다."

-배우로서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은.
"영화 배우를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다가 언젠가 주연을 하면 좋겠다라고 막연한 꿈만 꾸던 나였다. 그런 내가 지금 주연작을 찍었고, 조연상도 받아봤으니 난 정말 꿈을 다 이룬 셈이다. 사실 살면서 개근상 말고는 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 조연상을 받았을 땐 정말 좋았다. 연기로 먹고 사는 게 꿈이었는데 그것도 이뤘으니 정말 난 행복한 사람이다. 이젠 장가갈 일만 남았다. 좋은 사람(장소연)을 만났으니깐 결혼해야지.(웃음)"

-칸에 연인 장소연과 함께 간다. 프러포즈 계획은 없나.
"그런 건 없다. 이번에 같이 가서 재밌고 좋은 추억 쌓고 싶다. 사실 프랑스도 처음이고 유럽에 가는 것도 처음이다."

-첫 주연의 기회는 생각 보다 빨리 왔나. 늦게 왔나.
"기회는 항상 빨리오는 것 같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았을 때 어느 날 갑자기 기회가 오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를 잡는 순간 더 노력해야된다는 것과 부족함을 함께 알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그런 기회를 준 나홍진 감독은 정말 평생 잊으면 안 될 은인이다. 감사하다. 나를 주인공에 발탁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도전이었겠나. 영화 제작비가 적은 액수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의 돈이 걸려있는데 이런 크 사이즈의 영화에 나를 캐스팅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다. 나 감독 입장에선 물지 말아야 할 미끼를 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어깨가 안 펴진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2시간 반 동안 내 시간을 잘 썼다. 재밌는 영화를 봤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또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돈이 아깝지 않다'라는 느낌도 받길 바란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

온라인 중앙일보
[사진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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