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앙위·최고위 위원장 등 거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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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북한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노동당 제7차 대회 이틀째 회의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의 모습. 김일성(왼쪽)과 김정일(오른쪽) 사진 양쪽에 노동당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붓을 조합한 조형물이 내걸려 있다. [AP=뉴시스]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6일 개막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새 감투를 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당대회가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만큼 이에 걸맞은 직책을 새롭게 부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밤 당대회 개회 소식을 전하면서 다섯 가지 공식 의제를 공개했다. 특히 네 번째 의제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우리 당의 최고수위에 높이 모실 데 대하여”라고 언급했다. 김정은의 직책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정은이 당대회 개막식에서 인민복 대신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것도 직위 변동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당 제1비서로 추대될 당시 정장 차림을 선보인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현재 당 직함을 그대로 재추대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면 굳이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언급한 ‘최고수위’가 일단 ‘총비서직’은 아닐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2년 김정일이 ‘영원한 총비서’로 이미 추대된 만큼 김정일 직책을 빼앗는 결과가 될 수 있어서다.


우선 거론되는 건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추대 가능성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도 이 자리를 맡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66년 10월 제2차 당 대표자회에서 없어졌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할아버지 따라 하기’를 통해 김일성 시대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김정은이 근 50년 만에 당 중앙위원장 직을 맡아 ‘옛 영광 재현’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1970년대 ‘당 중앙을 사수하자’라는 문구 등에서 김정일을 은유적으로 ‘당 중앙’으로 지칭한 바 있다. 고려대 남성욱(통일외교안보학부) 교수도 “당 중앙위원장 정도면 듣기에도 나쁘지 않다. 그게 가능성 1순위”라고 말했다. 반면 통일연구원 김갑식 북한연구실장은 “당 중앙위원회는 속성상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일종의 권력 분산을 의미한다. 권력 기반 공고화가 목표인 김정은과는 맞지 않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당 최고위원회 위원장이란 직책을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원수’ 칭호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일성·김정일이 받은 대원수 칭호를 김정은이 이번에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일성은 80번째 생일을 이틀 앞둔 92년 4월 13일, 김정일은 사후인 2012년 2월 대원수 칭호를 수여받았다.


반론도 없진 않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2012년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 최고 직책으로 ‘제1비서’ 직을 신설하고 여기에 김정은을 추대한 이상 새 직책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직책으로도 실권 행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중국 공산당이 썼던 ‘총서기’나 소련 공산당이 썼던 ‘서기장’이란 용어는 “‘우리식’을 강조하는 북한에서 택할 가능성이 작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말했다.


북한은 당대회 개막 2일차인 7일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를 이틀째 이어갔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9시 30분 현재까지도 행사 내용을 중계하거나 보도하지 않았다. 개막일인 전날에도 오후 10시30분이 돼서야 김정은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자에 “김정은 동지가 6일 사업총화 보고를 시작했다. 총화 보고는 2일차 회의에서 계속된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 일정은 첫날 끝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소 지연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80년 10월 당 6차 대회 이후 36년간의 방대한 총화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길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사업총화 보고에서 사상·정치·군사·경제·대남·대외 분야를 총망라해 그동안의 치적을 열거한 뒤 향후 강성국가 건설의 밑그림을 제시했을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김정은이 당대회를 계기로 대남 유화 공세를 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북한이 당대회 후 ‘평화체제 논의’를 꺼낼 수 있다고 보고 대응 수위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평화협정을 고리로 한 군축협상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핵보유국을 공인받기 위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어 정부가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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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전수진 기자?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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