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 방한…북 핵실험·도발 정보 공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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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클래퍼(사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이 지난 4일 비공개로 한국을 방문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만났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5일 말했다.

2년 만에 입국, 한민구 장관 면담
당대회 이후 한반도 정세 논의
국정원 등 외교·안보 라인도 만나
북 풍계리·영변 최신 동향 교환

이 관계자는 “클래퍼 국장이 어제(4일) 오전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한 장관과 면담했다”며 “두 사람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영변 핵단지의 최근 동향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에 따르면 클래퍼 국장은 한 장관과의 면담 뒤 국가정보원 등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과도 만났다. 이 당국자는 “북한 노동당 7차 대회가 6일 시작되는 만큼 클래퍼 국장이 한 장관을 포함한 한국 측 인사들과 북한의 최근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또 당대회 이후 강화된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이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논의도 했다고 한다.

클래퍼 국장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정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양측은 북한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고 복수의 당국자가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SLBM을 시험 발사했다. 당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치적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한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북한의 SLBM이 수중 사출 단계와 점화 및 초기비행 자세 제어 등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한·미 양국 정부가 갖고 있는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판단하기 위해 클래퍼 국장이 방한했을 것”이라며 “또 당대회를 계기로 북한의 추가 도발 또는 새로운 제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래퍼 국장은 2014년 5월에도 비공개로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DNI(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미국 국가정보국장을 뜻하는 직책명.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국가안전보장국(NSA) 등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한다. 각 정보기관의 감독은 물론 실질적인 정보예산 결정권과 통제권도 갖는다. DNI의 활동을 돕는 기관은 ODNI(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다. DNI와 ODNI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정보기관 간 협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탄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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