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터울이 왜 그리 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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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3년 중단이래 처음 열린 남북적 본회담(8차)의 이틀간 회의가 모두 끝나고 북녘 대표들이 평양으로 돌아갔다.
회담결과에 대해서는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운 감도 없지않으나 양측은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진지하게 토의하여 상당한 접근도 이루어졌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북한의 제안을 많이 받아들였다. 일괄토의방식, 자유왕래문제, 8·15 예술단교류, 회의일자 결정등이 그것이다.
그중엔 우리의 제안내용과 일치되는 것이 있고 조건부로 수락한 것도 없지않지만 우리측의 양보임엔 틀림없다.
그 양보는 회담을 진전시켜 이산의 고통과 비극을 하루라도 빨리 청산하려는 한적의 성의와 신축성 있는 자세에서 나온 결과다.
그러나 북한측은 좀처럼 양보나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북측이 제의한 예술단교류를 받아들이면서 한적은 8·15 고향방문단 교류와 보도진 수행을 함께 실시하자고 요구했으나 북적은 이를처음엔 외면했다.
북적이 다음번 회담을 3개월후로 제의할때 우리는 이를 앞당기자고 요구했으나 그것마저 거부했다.
8·15 예술단 교류를 제안해놓고 다음 회담을 8월27일에 열자고 고집하는 북적의 태도는뭔지모르겠다.
우리측은 8월15일에 방문단과 예술단을 상호 교류하는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7월15일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것마저 주저하다가 떠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와서야 동의했다. 그들은 명분에 몰려 마지못해 응했던것 같다.
회담의 인터벌을 3개월로 하는것은 너무나 길다. 더우기 토의할의제도 지금은 모두 확정돼 있지 않은가. 할 일이 많고 급한데 그렇게 한가하게 모여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토의는 서두르지않고 진지해야 하지만 그 대신 회의는 자주 열어야한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 대해 우리는결코 실망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기대를 걸고 앞으로의 회담을 주시하고자 한다.
이번 회담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가적 성과도 컸다.
우선 화기애애하게 시종한 양측의 접촉은 남북대화 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종률북적단장을 중심으로한 중앙고보와 세브란스의전 스토리는 분단의 아픔과 재회의 필요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강조해 주었다.
북적대표단과 보도진은 우리의 많은 것을 보고 확인해 갔다. 남북이 서로를 충분히 알고 이해할때 이질감과 적대감도 그만큼 완화되리라 믿는다.
방자하게 서두르다 패배한 토끼의 방식보다는 쉬지 않고 성실하게달려 좋은 성과를 올린 거북이의자세가 남북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더 유익한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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