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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적발…비자 취소"…국무부, 심사 강화 나서

미주중앙

입력

# 전문직 취업(H-1B)비자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김모(가명)씨는 최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2월 맥주 한 잔을 하고 운전을 하다가 음주 운전으로 체포됐는데 바로 다음날 주한 미 대사관으로부터 취업비자가 취소됐다는 이메일 통보를 받은 것. 영주권을 신청한 김씨는 대사관에 이유를 물었고 "영사가 음주운전 체포 기록을 보고 재량으로 비자를 취소했다. 한국에 나올 경우 신체검사 후 인터뷰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 최근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 지사로 발령 난 이모씨 가족은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려 미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주재원 비자를 신청하면서 3년 전 음주운전 기록이 문제가 됐다. 김씨는 "대사관에서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를 묻고 여의도 지정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아 오라고 했다. 다행히 단순 음주운전 사실이 인정돼 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기록이 있으면 비자 취득이나 갱신이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에 입국한 뒤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면 이미 받은 비자까지 취소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민 변호사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 비자를 신청하거나 갱신하는 사람 중 '음주운전 관련 신체검사' 통보를 받은 이들이 늘고 있다. 이민법 전문 조나단 박 변호사는 "최근 의뢰인 중 3명이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았다가 음주운전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대사관 영사가 알코올 중독 여부를 확인한 뒤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무부는 비자를 받고 미국에 체류하는 사람의 음주운전 기록도 해외공관에 통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할 경우 비자를 발급한 영사가 비자 취소를 결정한다.

조문경 변호사는 "최근 2~3개월 동안 한인 5명 이상이 미국 내 음주운전으로 비자가 취소됐다며 상담을 요청했다"며 "음주운전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주한 미국대사관이 비자를 취소하기도 한다. 음주운전은 주법이지만 대사관까지 체포 정보가 전달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민법전문웹사이트인 이미그레이션로닷컴(immigration-law.com)에 따르면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5일 해외 공관 영사들에게 지난 5년간 음주 운전 체포 경력이 있는 자는 재량으로 비자를 취소(prudentially revoke)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또 지난 2월 22일 업데이트된 외교통상설명서(FAM)는 미국에서 체류하고 있는 비자 소지자라도 해외 공관 영사들이 현지 음주운전 체포 기록을 확인하면 비자를 취소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했다.

한편 최근 5년래 음주운전 기록이 있어도 미국 비자 취득이나 갱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국 입국 후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아도 합법체류 신분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한국에 나갈 때는 비자 인터뷰를 다시 해야 한다. 이때 미국대사관에서 요구하는 의사 진단서와 신체검사 기록을 사전에 잘 준비해야 한다.

조나단 박 변호사는 "단순 음주운전은 입국 거부나 추방 사유가 되는 도덕성에 반하는 범죄(CIMT)가 아니다. 대사관 영사는 알코올중독 등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전했다.

조문경 변호사는 "만일 음주 운전 중 사고로 타인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혔다면 '중범죄(felony)'로 간주돼 이민 신분 및 영주권 취득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재·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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