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와 히딩크는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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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를 축구 스타에 견주어 표현하면 어떨까. '만화 조선왕조실록'의 박시백씨는 이렇게 말한다. "비유하자면 탁월한 전략가 히딩크와 야전사령관 홍명보, 해결사 안정환의 능력을 두루 갖춘 울트라 슈퍼 멀티플레이어라고나 할까…."

책에는 1980년 신군부 세력 앞에서 자기 목소리를 죽였던 최규하 전 대통령을 빗댄 장면도 나온다. 등불이 꺼져가던 고려 왕조를 지키기 위해 진력했던 공양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다. 역사의 추는 이미 이성계에게 넘어간 상황, 그래도 공양왕은 꼭두각시.허수아비 신세를 거부했다. "(공양왕은) 필사적으로 버티는 왕이었다. 적어도 1980년의 최 아무개와는 달랐다."

저자는 월드컵 영웅을 줄줄 외는 아이와 한국 현대사를 기억하고 있는 어른을 동시에 겨냥하는 듯 하다. 이른바 가족만화를 만들었다. 어린이가 슬쩍슬쩍 넘기는 만화가 아닌 부모.자녀가 함께 앉아 읽고 토론하는 만화를 지향했다는 것. 다행스럽게 책의 완성도는 높다.

조선 역사를 집대성한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옮기는 건 사실 만만찮은 일이다.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럽고, 또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손쉽지 않다. 그러나 산이 높을수록 성취감은 커지는 법. '만화 조선왕조실록'은 과거의 재현과 현대적 해석, 그리고 재미와 교양이란 두 마리 토끼를 낚아챈 수작이다.

관련 연구서를 참고하며 당대 상황과 인물을 입체적으로 되살려냈다. 학습만화의 진화? 앞으로 석 달에 한 권씩, 총 5년간 20권으로 완간된다.

'교과서와 함께 읽는 우리 고구려사'도 역사의 현재화라는 흐름을 타고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토대로 고구려의 건국신화, 영토확장, 고분 문화 등을 자세하게 훑었다. 교과서의 보완재로 훌륭하다. 오는 10월까지 신라.백제편이 속간될 예정. 어린이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고전을 만화란 당의정을 씌어 흥미롭게 전달한 점은 인정되나 형식.구성은 평범한 편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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