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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암은 고칠 수 있는 만성 질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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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류최대의 난건으로 꼽히고있는 암. 현대의학의 최종목표가 오로지 암의 정복에 있다고 할 정도로 각국에서 수많은 과학자·의학자가 암정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지못한채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은 늘고있다.
과연 암은 「불치의 병」 또는 「공포의 병」 인가. 그 해답을 들어보기위해 암연구의 총본산이라는 미국립암연구소(NCI)를 비롯, 워싱턴의 롱발디암연구센터, 뉴욕의 슬로안캐터링암연구소를 찾았다.
『암은 치료가 잘되는 만성질환의 하나일 뿐이다』
이말은 82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렸던 국제암학술회의에서 NCI소강인 「빈센트·T·데비타」 박사가 선언한 유명한 정의로 그후 암의 미래를 얘기할때 자주 인용되고 있다.
61년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한 「데비타」 박사는 『내가 대학에 다닐때만해도 암환자 4명중 1명만이 치료후 5년을 넘기는 정도였으나 25년이 지난 지금은 2명중 1명, 그러니까 전체적인 5년생존율이 50%를 넘어선 시대가 되었다』 며 『조기진단 기술의가속적인 발전으로 금세기 말까지는 확립된 암대책이 나올것으로 기대된다』 고 말했다.
그는 69년 달에 인간이 착륙할수 있었던것도 엄청난 연구개발비와 우수한 과학두뇌가 투입되었던 때문이 아니냐며 암도 마찬가지로 돈과 사람이 있는한 정복되지 않을수 없다는 논리다.

<단세포군 항체가 항암 선두두자로>
다른 대부분의 의학자들도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한 암의 메커니즘 해명과 새로운 항암제의 개발, 복합요법기술의 발전과 응용등 현재의 연구진행템포로 봐서 금세기말까지는 마치 「결핵」이 그랬던것처럼 암도 「불치」나 「공포」라는 수식어가 떨어져 나갈것으로 전망한다.
한가지 방법으로 모든 암을 정복하는것은 어렵더라도 여러 가지 발달된 방법을 혼용, 암의 퇴치가 가능하리라고 보고있다.
우선 진단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암정복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 기술의 하나가 유전자(DNA) 조작. 세계 어느 연구소에 가더라도 세포융합기술과 DNA재조합기술이 대형연구과제로되어있다.
세포융합기술중에서 단세포군항체(Monoclonal Antibody)가 암정복의 선두주자로 등장하고 있다. 단세포군항체는 암세포표면항원내의 특이한 물질과 반응하기때문에 여기에 방사성동위원소등을 부착, 주입하면 암발생부위는 물론 전이된 부위까지 정확하게 찾아낼수 있다.
또 단세포군항체에 항암제를 실어 특정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시키는 소위 미사일요법도 실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DNA재조합기술도 각종 세포면역물질의 생산이나 암세포검출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진행되고 있다.
또한 의공학기술과 방사선이용기술의 발전으로 아주 미소한 암세포까지 조기에 찾아내고 치료에도 이용하려는 기술이 꾸준히 발전되고 있다.
CT스캐너(전산화 단층촬영기)·초음파·선형가속기·감마카메라·MRI-CT(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등이 그러한 예에 속한다. 장차는 고도의 컴퓨터이용기술의 하나로 혈액 한방울로써 암을 진단할수 있게된다.
화학·면역·방사선등 치료분야에서의 진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소화기암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조지타운대의 롬발디암연구센터에서 연구중인 노재경박사는 『위암의 경우 종래 5-FU단독요법으로 25%정도에서 단기간의 부분관해 (암세포가 용해되는것)를얻는데 그쳤으나 이제는 5-FU·아드리아마이신·마이토마이신C를함께쓰는 FAM복합요법으로 50%에 가까운 관해율을 얻고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MTX (메소트렉세이트) 를 다량 투여한후 5-FU를 써서 약70%까지 높이게 되었고 지난해부터 중·대서양종양그룹 (MAOP) 에의해 시도되고있는 기존의 FAM에 MTX를 복합하는 M-FAM요법이 큰 기대속에 인체에 적용중이라는것.
현재 50여종의 항암제가 개발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3∼4종을 병용, 거의 모든 진행암에서 놀라운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소아백혈병·호지킨씨병·고환암·윌름씨종양·난소암· 융모상피암등은 이미 어느정도 정복이 된상태다.
노박사는 『항암제에 의한 독성을 분산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정상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 설명하고 『그래서 이로인한 부작용, 이를테면 골수저하에 의한 출혈성및 감염, 오심·구토·소화기장애·신장및신경계독성등을 감소시키기위한 투여방법의 최적조건을 찾고있다』고 연구내용을 설명.
최근 조지타운대팀이 생물학적다층막인 지방립을 이용해 아드리아마이신의 심장독성을 줄이는데 성공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라며 항암제에 대한 종양의 반응을 예보하는 연구도 미국내에서 많이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같은 대학의 종양면역학교수인 「J·R·니페」박사는 『이제 초기암은 거론의 대상도 되지않는다』 며 『문제는 암세포의 저항성을 어떻게 무력화시키느냐에 있으며 그 결실이 21세기초에는 얻어질수 있을것』 이라고 내다봤다.
진행암의 경우 천억개의 암세포중 단 몇개만이라도 저항력을 갖게되면 이들이 성장한후 항암제의 효능을 약화시켜버리기 때문에 유전자조작으로 돌연변이적인 저항암세포가 생기지 않도록 해보려는 것이다.
「니페」박사역시 항암전선의 선두주자는 단세포군항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진단과 치료의 첨병으로 이미 임파증과 백혈병등에서 좋은.성과가 나오고있다』면서 『다만 이종단백으로 인한 인체내에서의 거부반응과 정상세포항원과의 작용을 우려한다』며 이의 개선도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IL-2(인터로이킨)이나 TNF (종양회사인자)에 거는 기대도 크다고 말한다. 인터로이긴은 T세포를 증식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T세포는 직접 체내이물을 파괴하고 또한 항체를 만드는 B세포의 기능을 조절해주는 기능을 갖고있다.

<발암단백질 찾으면 백신을 만들어 퇴치>
NCI의 세포생물학연구실에서 발암원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 임종식박사는 『정상세포가 어떤환경에서 비정상적으로 자라 암세포가 되는가에 연구의 촛점이 모아지고 있다』 면서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분리해만든 백신으로 소아마비를 퇴치했듯이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찾아내면 이것으로 백신을 만들수도 있을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방사선치료의 전망에 대해 롬발디 암센터의 「K·하터」박사(방사선과)는 궁극적인 암치료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방사선치료는 암의 1차및 보조요법으로 계속 발전될 것이라며 암조직의 정확한 위치결정술과 방사선전달방법이 꾸준히 개선되고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선형가속장치와 MRI가 방사선치료효과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며 정상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암조직만을 파괴할수있도록 다량의 방사선을 직접 암조직에 전달하는 연구가 가장 큰 과제라는것.
이의 한 방법으로는 단세포군항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부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선량조직간 치료법으로 현재 롬발디병원에서 미크 감마2 고선량조직간 조사기로 근치절제가 불가능한 원발성,또는 전이성간암의치료에 이용해 좋은 성적을 얻고있다는 얘기다.
슬로안캐터링암연구소의 김재호박사(방사선학)도 『각종진단·치료기기의 등장으로 더 깊고 더정확하고 더 안전하게 심부암을 치료하게 될것』 이라며 최근에는 온열요법에도 비중이 주어지고 있다고.
이것은 암세포가 열에 약한점에 착안한 것으로 열 (섭씨42∼43도) 의 발생은 라디오파를 이용하고 있다.
방사선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는데 암조직내에서 열을 균일하게 분포시키는 문제등 극복해야할 과제도 많다는 설명이다.
이와 반대로 암부위를 초저온으로 동결시키는 동결요법, 혈관작동물질을 이용한 고압 암화학요법등도 시도되고 있다.
인간의 발암인자가 4천여가지나 되는만큼 암발생을 근원적으로 막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일단 암세포가 나타나기만하면 즉각 탐지하여 초기단계에서 없애버리는 프로그램이 늦어도 금세기말까지는 확립될 것이라는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전망인것 같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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