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예선 스케치|"수팅남발 후반 득점 놓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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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선수들은 후반들어 무모한 슈팅세례를 퍼부어 팬들을 실망케 했다.
후반 초반에만 최순호가 무려 6차례, 조민국이 2차례 그리고 김석원이 3차례의 슛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무득점.
이날 최고선수에는 부상(포니승용차)이 걸려 있었고 전대통령이 참관, 선수들의 공명심이 크게 작용한 듯.
이 때문에 후반한동안 몇몇 선수들의 개인플레이가 계속되는 불성실한 경기 태도로 비난을 받았다.
한국의 완전한 우세 말연 변명 여지 없어
감독관인「피지트」AFC부회장 (태국)은『한국의 완전한 우세이며 말레이지아로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라고 촌평.
「퍼지트」감독관은 말레이지아측에서 전반 12분 페널티킥 선언에 관해 불만스러워 하는 것 같지만 일본인 주심의 판단은 정확했으며 그 외에도 경기운영에 있어 어떤 문제도 없는 매우 훌륭한 대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월드컵예선경기 중 이번 서울경기가 관중의 호응도를 포함, 가장 모범이 될만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감독들의 눈
상주민 국기용 후반부진 아쉬워
▲김정남한국감독=신예 조민국의 기용이 적중했다. 말레이지아 수비가 최순호를 지나치게의식, 최만을 집중 방어함으로써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조민국을 십분 활용, 게임을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었다. 한국공격의 골격인 투톱·투윙시스팀이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한국의 좌우날개 차단 못한 게 .패인〃
▲바카른 말레이시아 감독=처음부터 최소한 비겨도 된다고 여유를 가진게 잘못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우리는 힘 기동력에서 한국에 완전 압도 당했다. 전반에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이 팀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한국의 좌우날개를 차단치 못한 게 주된 패인이었다.
게임에선 이겼지만 경솔한 슈팅은 문제
▲함오철 (전대표팀감독)=승패 자체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으므로 이겼다는 성과만으로 대표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선수들이 2골을 널은 이후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기 시작, 경솔하게 슈팅을 난사한 태도는 되풀이 해서는 안될 정신적 헛점으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 본선을 염두에 둘 때 이날의 경기가 내용적으로 만족할 수준이 아님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 최순호 등 공격진과 수비진의 기동력은 분명히 미흡한 것이었다.
밀집방어 역이용·허정무, 승전불러〃
▲박종환 (88올림픽팀감독)=허정무의 노련한 플레이가 한국에 승운을 불러줬다. 오른쪽 날개를 맡은 허정무가 페널티에 우측에서 좌측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말레이시아 수비진의 범실을 유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은 승리와 같은 것이었다. 이 같은 플레이는 허정무가 아니면 결코 해낼 수 없는, 밀집수비를 역이용한 재치 있는 장면이었다.
신예 조민국의 기용도 돋보였다. 전후반을 통해 최순호와의 콤비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오긴 했지만 이날 조민국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었다. 한마디로 이날 한국의 승리는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선수들의 필승의지가 빚어낸 값진 수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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