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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금리 인하 빼곤 마땅한 부양책 없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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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summary | 추가 금리 인하는 경제 상황을 바꾸기보다 시장에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정부가 계속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멀지 않은 시간에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거란 암시가 그에 해당한다. 따라서 주가는 금리 인하가 거론되는 시점에 어느 정도 올라간 후 실제로 인하가 이루어지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국내외 경제성장률 전망치 떨어져 … 주요국 중앙은행도 적극 돈 풀어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정치 행위는 막을 내렸지만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 이번 선거는 ‘경제’를 표면에 내건 유례없는 이벤트였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선거 과정에서 경제가 쟁점이 됐느냐 아니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권당이 패배했기 때문에, 그리고 내년에 대선이란 더 큰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걸로 전망된다. 이는 무엇보다 금리 인하를 제외하고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성장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조치를 써버렸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부동산 부양책은 가계부채나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설혹 동일한 정책을 쓸 수 있다 하더라도 작년만큼 부동산 경기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올 2월부터 강화된 대출 정책도 추가 자금 공급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재정지출 더 늘리긴 어려워


정부 지출도 더 이상 늘리기 어렵다.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는 기본적으로 ‘저부담·저지출’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해 그 다음해 예산을 당겨서 지출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지난 2월 미니 부양책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해 정책을 연장하는 소극적인 정책 이외에 더 이상 쓸 수 있는 조치가 없어졌다.

현재까지 재정 지출도 만만치 않다. 지난 1분기에 정부는 올해 예산 중 33%를 집행했다. 예년 1분기 재정집행비율이 28%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규모 추경이 추가로 집행되지 않는 한 2분기 이후 재정의 집행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참고로 최근에 1분기 재정집행률이 30%를 넘었던 때는 총선과 대선이 같이 있었던 2012년이 유일했다. 그 해 7월과 10월에 두 번의 금리 인하가 있었다.

경제 상황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 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연초 이후 성장 전망치가 계속 내려오고 있다. 이제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3%대 성장은 의미있는 전망치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대체로 2%대 후반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데 이마저 달성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국내외 경제지표를 보면 시장의 컨센서스가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비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제 우리나라 성장률에 대한 논의는 정부의 의도대로 3%를 달성할 수 있느냐보다 작년보다 성장률이 높을 수 있을까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시장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낮을 걸로 보고 있다. 대외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인데, 하반기에 수출 증가율의 낙폭이 줄긴 하겠지만 그래도 상승세로 돌려 놓긴 힘들 걸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올해 경제 전망을 발표한 후 1월 수정 전망을 거쳐 이번 4월 추가 수정 전망을 내놓기까지 주요국의 성장률과 우리나라 수출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교역 성장률 둔화였다.

국내 경제 전망치도 기존 2.9%에서 2.7%로 하향 조정됐는데 이런 전망은 한국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걸로 전망된다. 기존에 제시했던 3%를 고수하지는 않겠지만 IMF가 전망한 수치보다 낮지도 않을 텐데 경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 자체가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증거가 된다.

대외 여건 변화도 금리 인하 명분을 만들어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 연준과 일본은행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을 경우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횟수에 대한 전망도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금리 인하를 가로 막는 걸림돌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당분간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과 정부의 요구가 커질 것이다. 선거 전 금리 인하는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높여 정부의 실패를 자인하는 걸로 비춰질 수 있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이런 시각에서 자유로워지므로 정부가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3%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과 우리나라는 국가부채가 적고 기준금리도 주요국보다 높다는 발언을 했다. 지금 정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서다.

금리 인하 정책을 펴면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까? 기업은 대부분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때 혜택을 입게 된다. 그래서 경기 저점에서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일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둘의 방향성이 엇갈린다. 문제는 역할의 수준인데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현재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으면 기업이 물어야 하는 금융 비용이 많아지기 때문에 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가 커진다.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 비용이 다른 비용보다 작아져 중요성이 떨어지게 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이미 국내외 모두 금리가 너무 낮아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효과가 나지 않는 상태가 됐다.

그런 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경제 상황을 바꾸기보다 시장에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정부가 계속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멀지 않은 시간에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거란 암시가 그에 해당한다.

따라서 주가는 금리 인하가 거론되는 시점에 어느 정도 올라간 후 실제로 인하가 이루어지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래도 금리 인하가 다른 때보다 의미를 갖는 건 3월에 주요국들이 적극적인 금융정책을 펴고 있는데 우리도 그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경기 민감주에 관심 가질 만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을 정도로 상승했다. 처음 반등으로 시작된 상승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완화 정책으로 탄력을 받았고, 중국 경기 회복 가능성이란 두 번째 모멘텀을 만나면서 현재까지 이어졌다. 이제 세 번째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인데, 1분기 실적이 어떻게 될 지가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해당 분기 영업이익이 34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 정도 줄어들 걸로 전망하고 있고, 2~3분기는 이보다 나아질 걸로 보고 있다. 아직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높은 기대치를 감안할 때 당분간 이익이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걸로 기대된다.

그런 면에서 경기 민감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 업종의 1~2분기 이익 전망 모두가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조선 업종인데 1분기 이익이 1700억 내외로 오랜 기간 계속된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익 규모만 보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지만, 그동안 적자에서 벗어나 이익 추세가 반전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외국인 및 금융투자의 순매수에 중국의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경기 모멘텀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경기 민감주에 대한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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