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 박지원 대항마, 다자구도…변수 많아진 여당 원내대표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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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첫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싼 싸움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나경원 의원 추대설’이 돌던 4·13 총선 직후와는 딴판이다. 30여 석이 순식간에 날아간 총선 참패의 충격은 여전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계파 정치’는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복원되는 분위기다.

비박 김재경도 출마 선언 ‘4파전’

◆‘박심’ 있나, 없나=시간이 지나며 친박근혜계 내부에선 “ 정진석 당선자를 밀어야 한다”는 얘기가 번지고 있다. 이런 기류가 형성되는 데는 몇몇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컸다. 이로써 ‘비박근혜계 대표선수 나경원’ 추대 여부로 전개되던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치열한 2강 구도로 변했다. 다만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구도가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 작용한 결과인지 아닌지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다. 박심이 확인되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다. 대구·경북(TK) 당선자 21표 등 영남 표들이 움직일지 여부가 달렸기 때문이다. 조직화가 이뤄지면 정 당선자가 유리해진다. 하지만 정양석 당선자는 “총선 참패 전과는 당 분위기가 다르다. 친박계 몇몇이 ‘박심 마케팅’을 해도 영남 당선자들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대항마’=국민의당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가 박지원 의원으로 결정된 것도 중요 변수다. 원내 제3당으로 캐스팅보트(결정권)를 쥐고 있는 데다 박 의원 개인의 협상력도 뛰어나 다른 당들엔 경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이미 두 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는 ‘3선 원내대표’다. 이러다 보니 “누가 박지원을 상대하느냐”는 질문이 새누리당 내에서 중요해졌다.

정진석 당선자는 그 대항마가 자신이라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박지원 원내대표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어서다. 그는 17대 국회 때 원내 제3당이었던 국민중심당의 원내대표도 지냈다. 하지만 나 의원을 지지하는 비박계 당선자는 “ 거론되는 후보 중 박 의원과 옛날 식으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려고 들면 질 수밖에 없다”며 “ 야당과의 관계에서 판을 바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9대 국회 개원 협상 때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협상을 두 달이나 끌면서 핵심 상임위원장들을 야당 몫으로 가져갔다. 당시 여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서 그나마 센 편에 속한 친박계 이한구 의원이었다.

◆다자구도와 결선투표=친박 유기준 의원은 완주 태세다. 비박계 김재경 의원도 아직은 경선 무대에 오르겠다는 입장이다.

나경원·정진석·유기준·김재경 후보가 모두 출마할 경우 다자구도 자체가 변수가 된다. 원내대표 선거에는 1·2위만 놓고 다시 투표하는 결선투표제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에서는 분산됐던 주류가 결집하는 게 그동안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의 공식이었다. 친박계는 2012년 5월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 선거에서 1차 투표 2위였던 이한구 의원에게 결선투표 때 몰표를 줘 1차 결과를 뒤집었다. 정 당선자 측이 기대해볼 수 있는 구도다. 하지만 나 의원도 김재경 의원의 표를 흡수할 수 있는 데다 1차 투표 때 흩어졌던 친박 표의 흡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후보군

▶‘검사 출신 경제 전문가’ 김재경 (55·4선)
-진주고·경상대 -사법시험(29회)·서울지검 검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4선 성공 여당 여성 의원’ 나경원 (53·4선)
-서울여고·서울대 -사법시험(34회)·서울행정법원판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계파 탈퇴 강행 친박 핵심’ 유기준 (57·4선)
-부산 동아고·서울대 -사법시험(25회)·변호사
-전 해양수산부 장관

▶‘MB 정무수석’ 정진석 (56·4선)
-성동고·고려대 -한국일보 기자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
※가나다순, 선수는 20대 국회 기준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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