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에 짙은 안개…남북 경제 회담|반년만의 재개…북한의 속셈과 회담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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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인 망명사건과 팀스피리트훈련에 대한 북한측의 억지 주장으로 두차례 연기됐 있던 2차 남북경제회담이 지난해 11월15일의 1차회담 이후 반년만에 17일 재개될 예정이다. 2차회담은 원래 지난해 12월5일에 갖기로 1차회담때 합의했던 회의다.
그러나 북한측은 그해 11월 23일 판문점에서 소련인의 망명으로 빚어진 총격사건의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면서 연기시켰다.
그러다가 금년 1월17일 경제회담을 열자는 우리측 제의를 북한측은 수락했었다.
그러나 북한측은 다시 한미간의 연례적인 팀 스피리트훈련을 「대화와 양립할 수 없는 적대적 군사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무기 연기 시켰다. 그후 4월18일에 재개하자는 우리측의 제의를 5월17일로 북한측이 수정제의했던 것이다.
이렇게 우여곡절끝에 열리게된 이번 회담의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지난 1차회담때만 해도 ▲무연탄·철광석·옥수수·명태등 상호 공통된 교역 품목 선정 ▲지하자원의 개발 ▲남북공동어로 구역설정 ▲남북한 철도(경의선)연결 ▲남북경제협력위원회 구성문제등에 의견접근을 보아 좋은 출발이란 평가 받았었다.
따라서 2차회담에서는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교역의 길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두차례에 걸쳐 북한측이 회담을 연기하면서 보여준 그들의 남북대화에 임하는 자세와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 해보면 이번 회담의 전망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측은 회담을 연기할 때마다 나름대로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필요하다면 지체없이 연기라는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판문점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소련의 눈치를 보는 한편 북한안의 대남 강경파를 무마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고 예정된 회담을 연기시킨 것만 봐도 그들의 속셈을 잘 알수 있다.
이처럼 북한측이 회담연기과정에서 보여준 회담 자세는 회담자체의 순조로운 진행보다는 그들의 대내외적 목표달성울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측면을 강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볼때 이번 회담이 1차회담 때와 같은 수준으로 순항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북한측이 지난달 9일 남북국회회담을 제의한 후 그들의 선전도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논조를 보면 더욱 그렇다.
내외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국회 회담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이고 새로운 구국방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적십자회답이나 경제회담으로서는 긴장완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수 없기때문에 국회회담이 꼭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겅제회담이나 적십자회담은 안중에 없고 실현가능성은 낮으면서 선전효과는 극대화 할수 있는 정치회담을 들고 나오겠다는 속셈이다.
특히 적십자·경제회담을 목전에 둔 싯점에서 북한측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17일의 경제회담 뿐아니라 오는 27∼30일로 예정돼있는 적십자회담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와의 대화에 응할수 밖에 없는 그들의 국내외적 여건을 고려해 보면 낙관적인 구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경제난 타개를 위한 대서방접근 필요와 김정일세습체제의 공고화등을 위한 한반도 긴장완화 분위기조성이 「당분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일단 유연한 태도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 5월초 서방 7개국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추진을 지지했고, 최근 호요방 중공당 총서기와 김일성과의 회담에서 호가 남북대화를 권고한 것등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아뭏든 이번 경제회담은 국회회담과 관련한 북한측의 내심을 헤아릴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이에따라 서울적십자회담의 개최 여부도 판가름될 것같다.
1차회담에서 우리측은 남북간에 교역을 실시하는 문제와 경제협력을 실시하는 문제등 2개의 의제를 제시한 반면 북한측은「남과 북사이의 경제분야에서 합작과 교류를 실현하는데 대하여」란 단일의제를 제시한바 있다. 2차회담에서 의제문제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회담은 의외로 진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것도 아니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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