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풀기힘든 여-야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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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대국회처럼 여야가 정면 대립하는 난제들을 많이 가진 국회도 드물 것이다.
여야간에 걸려있는 쟁점들을 보면 우선 정치적인 것과 정책적인 것으로 대별할수 있는데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거의 정면대립을, 정책적인 것에 있어서도 많은 상위점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제기자의 입장인 신민당은 이번 개원국회에서는 대부분의 쟁점을 「문제제기」선에서 부각시키고, 국회법 개정과 석방, 사면·복권문제등을 일단 관철 목표로 잡고 있다. 그밖에 경제·사회분야의 각종 시국·정책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따지고 책임을 물으며 개선책을 받아 낸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방어적 입장이 민정당은 정치문제에 관해서는 논리로 반박하되 역점은 민생문제와 같은 정책사항에 둔다는 방침이다.
민정당은 여야간의 이같은 상반된 입장에 따른 대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그동안 다각적인 대비책 수립에 진력해 왔다. 정책조정실은 신민당이 제기할 예상쟁점 3백개를 추출, 그에대한 정부·여당의 입장과 반박논리를 만들어 소속의원들에게 대외비로 배포, 이론무장을 시키고 있다.
민정당은 또 지난 4월3일부터 16일까지 각 상위별로 29개 정부 중앙부처와의 당정 겅책조정 협의를 가져 정부 여당간의 쟁점별 「연구」를 완료했다. 또 각종 세미나도 열어 문제점과 개선방안등을 논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신민당 또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서는 정치공세에 못지않게 정책 대안 제시도 해야한다는 인식하에 정책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민당은 정책자료 수집요청 공한을 소속의원들과 각계에 냈고 4월20일에는 국회법 개정세미나를 열었으며, 학원대책 특위와 노동문제 특위 출판문제 소위등을 구성, 심층연구에 나서는등 적극 자세다.
이같은 여야대책 수립과정에서 쟁점별 근접점은 극히 적고 상호인식이 천양지차를 보이는 문제가 수두룩하다.
우선 신민당은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통해 국회내 개헌심사기구, 지자제추진위 및 부마사태·광주사태와 각종 대형 권력형 부정사건의 국정조사 특위 구성안을 제의할 예정이나 이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는 단호하다.
민정당은 개헌논의 자체가 불가하며 지자제 연구의가 이미 정부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옥상옥의 기구설치는 반대이고 각종 사건은 이미 사법 당국의 조사로 그 내막이 파헤쳐 졌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5공화국 수립의 정통성 문제와 연관되는 광주사태는 더군다나 논외의 대상이라는 확고하고 결연한 자세다.
신민당도 개헌·광주사태같은 것은 발언을 통해 제기는하되 구체적으로 의안을 제출할 생각은 아직 없다. 따라서 개원국회에서부터 이런 문제도 여야가 맞붙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신민당이 개원국회의 당면 해결 과제로 꼽고있는 것은 △여야 총무간합 의에 따른 사면 ·복권 및 구속자 석방의 실현 △부정선거 추궁 및 그관계자의 인책 공세 △개혁입법 중 국회법개정, 언론기본법 개폐, 노사관계법 개정, 정치풍토 쇄신법 폐지등이다.
이에대해 민정당이 신민당 요구에 유일하게 부응할수 있는 것은 사실상 실효상태인 정치풍토 쇄신법 폐지 정도다. 이밖에 노동관계법 중 산별 노조활성화등에 다소 신축성이 있는듯 하나 봇물을 터주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정부 여당내의 기본 인식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는 여야 의견 접근을 보기는 난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민당은 이번 국회에 적어도 국회법 개정만은 기필코 관철한다는 전략이다. 국회법 개정에서는 △겸직 금지 △정부 여당에 의해 악용될 우려가 있는 의원제명 규정 삭제 △국정조사권 발동요건 완화, 증인·참고인의 소관 상위 출석 요건완화 △상위예산 심의권 완전부활△상오개의 환원 및 발언시간 연장등 국회법을 환골탈태시키겠다는 자세다.
여당은 이 모든것이 제5공화국 국회상과는 배치된다는 논리에 따라 개정 불가의 태도다.
또 사면·복권문제와 구속자 석방문제에 관한 여야 총무합의도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며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권자와 사법 당국의 은사조치에 맡겨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법문제에 있어서는 여당도 전혀 탄력성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 하오개의를 굳이 고집해 이런 문제로 야당과 격돌할 생각은 없어 보이며 현행법에 자질구레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도 시인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문제는 적절한 타이밍과 분위기가 되면 여야간에 개정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문제는 부분적으로는 정면대립을 보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접근 점도 갖고 있는 셈이다.
석방, 사면·복권문제도 비슷하다. 현재로서는 여당이 총무회담 합의가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적절한 타이밍과 분위기가 되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여야 의견이 접근할 수도 있는 쟁점이다.
정책사항에 들어가면 그런대로 여야간 접근점의 폭은 넓어진다고 볼수 있으나 구체적인 결실를 보기는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가 다같이「민생」을 중시하고 외채·농촌문제등에서 여야 의원들의 인식이 부족하지만 여당이 마음에 안맞는 정책이라도 정부시책을 옹호할 수 밖에 없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어톤문제 개선을 위해 저곡가정책을 지양하라는 신민당측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이 있더라도 현 정부의 성역비슷한 물가안정 정책에 걸리기 때문에 지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각논에 들어가면 정부의 아킬레스건에 맞닥뜨려져 이도 저도 못하는 고충을 갖고 있다.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정부의 기본 인식을 방어하자니 현 경제 각료의 인책 요구와 경제난국 비상대책 기구의 국회내 설치를 요구하는 야당측에 선뜻 응할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민정당 측이 외채등에 문제점이 있다는 인식만 한 것도 진일보라 평가하나 신민당의 경제 대안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문제에 관해 여야 인식은 정치 현안 못지 않게 대립적인 것으로 분석되나 신민당도 이번에는 문제 제기 및 추궁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최근의 출판물 압수 사태에 대해서는 여당 안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출판자유를 보장한 헌법 침해라는 신민당 주장과는 시각을 달리해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여야 입장을 종합해 보면 야당의 강경한 문제 제기에 여당도 정공법으로 맞받아 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국회에서는 쟁점의 해소보다는 그 대립점을 한층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선에서 그칠 공산이 짙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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