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女, 그 취형의 차이…'질투는 나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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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과 남성 감독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정반대 취향의 우리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아내와 남편 사이에 많은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영화들이다.

■ 질투는 나의 힘

"애인에게도 잘 하고 부인에게도 잘 하는 것이, 애인도 없고 부인에게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유부남 편집장 한윤식(문성근). 그에게 과거 애인에 이어 새로 사랑에 빠진 연상의 사진 작가 박성연(배종옥)마저 빼앗기게 된 대학원생 이원상(박해일). 원상은 윤식과 관계를 가진 성연에게 호소한다.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꼭 자야 한다면 나랑 자요. 나도 잘해요."

데뷔작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된 연출력과 개성을 보여준 박찬옥 감독은 독특한 유머 감각으로 불안정한 청춘기의 사랑, 연적에게 끌리는 복합적인 심정을 그리고 있다. 추측컨대 박감독은 조용하지만 집요한 성품을 지녔을 것 같다.'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 코멘터리에서 느리게, 그러나 꼼꼼하게 작품을 분석한다. 박찬옥 감독의 내면에서 답을 끌어내는 봉준호 감독의 공도 크다.

박감독이 배우들과 함께 한 코멘터리를 포기하더라도 봉감독과의 코멘터리는 전체를 다 들어보길 권한다. 대사 연습.촬영 과정 등을 담은 메이킹 필름과 삭제 장면도 반갑지만 박감독의 단편 '느린 여름'은 의외의 보너스다. 화질과 음질.메뉴 디자인 등에 공을 많이 들였다.

■ 유령

핵 잠수함을 소재로 한 선이 굵은 남성 영화. 기술적 완성도도 기대 이상이어서 1999년 개봉 당시 칭찬을 많이 들었던 영화다. 민병천 감독은 강대국에 둘러 싸인 약소국의 처지를 두 주인공(최민수.정우성)을 통해 드러내려 했다는 내용 설명에서부터 기술적인 실험까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메이킹 필름은 짧고 간단해 아쉽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한 적이 없는 우리 현실에서 이만한 영화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고됐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을 사용한 영화답게 사운드는 선명하나, 화질은 어두운 부분에서 조금 뭉개지는 느낌이다.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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