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형 연금제 참고해 행복수명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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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노후파산(老後破産).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상실한 노인의 비참한 삶을 일컫는 용어다. 2014~2015년 일본 NHK방송의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신조어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독거노인이 600만 명인데 그 중 300만 명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사적연금 가입 때 정부서 보조금
‘노후 파산’ 막는 대안으로 부상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살펴보면 일본에서 시작한 노후파산이 더 이상 남의 일만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올 1~2월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은 1727명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428명(24.8%)이나 됐다. 네 명 중 한 명이 노후 파산인 셈이다. 부양도 문제다. 지난해 생산 가능인구 5.6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했는데, 2060년에는 생산 가능인구 1.2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

국내에선 노후파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 ‘행복수명’이 떠오르고 있다. 행복수명은 단순한 생체 나이가 아니라 본인과 가족 모두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나이를 뜻한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행복한 삶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며 “세계 69개국을 대상으로 국민의 행복을 1980년부터 연구한 결과 삶의 행복감과 만족감을 높이는 데 사적연금과 보험이 강력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종신보험·연금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사적연금과 보험에 가입해 노후 파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해 적절한 노후준비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제혜택을 주거나 저소득층에 보험료를 직접 지원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은 캐치-업 플랜(Catch-up Plan)을 통해 소득은 있으나 노후준비가 부족한 고령 근로자가 은퇴 전까지 개인연금을 추가로 적립할 때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사적연금 상품에 정부가 보험료를 일부 내주는 독일의 리스터 연금제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행복수명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이수창 위원장은 “100세 시대엔 30~40대부터 노후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하루 한 뼘씩 행복수명을 늘리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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