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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문턱 낮추는 일본 “단순 근로자도 데려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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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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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일본이 해외 고급 두뇌 유치와 함께 해외 단순 근로자에 대해서도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2014년 말 7785만 명 수준인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향후 20년간 5분의 1가량 주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 자민당 내 ‘노동력 확보에 관한 특명위원회’가 외국인 근로자 수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산케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 위원회는 현재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건설 노동자 등 ‘단순 근로자’의 수용을 ‘필요에 따라 인정해야 한다’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에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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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안은 단순 근로자의 개념 자체를 없애고 이민 이외의 외국인 수용을 기본적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대 고령자 요양 분야에서 25만 명, 건설 분야에서 77만~99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단순 근로자 수용 확대에 대해선 치안 악화, 일본인과 거주지에서의 마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명위는 다음달 아베 총리에게 보고서를 낼 예정이지만 일부의 우려에 따라 논란도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나 자민당은 이민 수용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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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자신이 의장인 산업경쟁력회의를 주재하면서 해외 고급 두뇌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아베 총리는 “제4차 산업혁명을 짊어질 우수한 인재를 해외로부터 불러들이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영주권 취득까지의 체류 기간을 세계에서 가장 짧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을 비롯한 경제 분야 각료와 경제인·학자 등이 참석했다. 국내총생산(GDP) 600조 엔(약 6227조원) 달성을 향한 성장 전략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구마모토(熊本)현 연쇄 지진의 피해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미래 성장 잠재력 확충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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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은 다음달 내놓을 새로운 성장 전략 보고서에 해외 우수 인재에 대한 신속한 영주권 부여를 명기할 방침이다. 이르면 올가을까지 결론을 내고 내년 정기국회에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영주권 취득을 완화하려는 대상은 경영자·연구자 등 고도의 지식과 기능을 가진 외국인이다. 출입국관리법상 체류 자격이 ‘고도 전문직’으로 분류된 이들로 지난해 말 기준 1508명에 이른다. 이 중 중국 국적이 64%다.

20년 뒤 일할 사람 20% 줄어들어
자민당 특명위, 아베 내각에 촉구
일부선 치안 악화 우려 목소리도
외국 고급두뇌에 신속한 영주권
체류 5년서 3년으로 자격 완화

이런 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당초 10년에서 5년만 체류해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아베 내각은 다시 규제를 완화해 3년 미만 체류자에 대해서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영주권 신청 자격이 3년 미만으로 되면 다른 나라보다 기간이 짧아진다. 영국은 원칙적으로 5년이지만 일부 벤처 기업가는 3년 체류만으로 신청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5년이며, 첨단기술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에 한해 1년 만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영주권 신청도 입국관리국 방문뿐 아니라 우편·인터넷 신청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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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의 이런 움직임은 재계의 요청과 맞물려 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原定征)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은 GDP 600조 엔 실현을 위한 환경 정비의 일환으로 외국 인재의 적극적 수용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규제 완화에는 외국인 유학 졸업생의 일본 취업 비율이 낮은 것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 최근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 졸업생의 70%가 일본 내 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실제 취업률은 30%에 그쳤다. 박사 과정 수료생의 취업률은 20%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연간 1만 명의 유학 졸업생이 외국에서 취직하고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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