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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리스트' 8인, 구명 로비 도운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부장판사 출신 최모(46) 변호사와 ‘과다 수임료’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자신의 구명 로비를 도와주던 인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에게 "로비 그만두라” 쪽지
현직 부장판사, 전 검사장 등 포함

최 변호사 측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1월 서울구치소에 접견하러 온 최 변호사에게 대학노트 한 장짜리 종이에 8명의 실명을 적어 건넸다. 정 대표는 이 종이를 자신의 측근인 P씨에게 전하라고 주문하며 “더 이상 로비를 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메모지에 ‘빠져라’라는 세 글자를 자필로 남기기도 했다. 최 변호사 측은 그러나 명단에 적시된 실명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리스트에는 정 대표와 가깝게 지내온 K부장판사, 검사장 출신의 H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 성형외과 의사 L씨와 법조 브로커 L씨 등의 이름도 들어 있다”고 전했다.

메모가 작성된 지난 1월은 해외 원정 도박사건 1심을 마친 뒤 항소심 재판이 막 시작된 때였다. 항소심 단계에서 정 대표는 최 변호사를 중심으로 새 변호인단을 꾸렸다. 정 대표는 같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다른 인사를 통해 최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최 변호사는 이후 메모 내용을 정 대표 측근 P씨에게 실제로 전달했다고 한다.

최 변호사의 한 측근은 “최 변호사는 비정상적인 구명 로비에 의존하고 있던 정 대표에게 정상적인 변론 활동을 할 것을 권유했다”며 “최 변호사의 조언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인 정 대표가 ‘로비 중단’을 주문하는 쪽지를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리스트가 있다면 정 대표가 평소에 관리해온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구명과정에서 금품을 전달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반면 정 대표 측은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과다 수임료 수수 문제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 대표 측 인사는 “20억원을 순차적으로 분할해 받았다는 최 변호사의 아주 기초적 주장부터 모든 것이 거짓말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첨부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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