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34년 만에 일본 꺾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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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폴란드 세계선수권 일본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는 김기성(가운데). [사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한국아이스하키가 34년만에 일본을 꺾었다.

세계선수권 3차전서 3-0 완승
귀화선수 6명 가세 전력 급상승
백지선 감독 NHL 경험도 큰 힘

백지선(49)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 23위)은 26일 폴란드 카토비체의 스포덱 아레나에서 열린 2016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상위 두번째 단계) 3차전에서 일본(20위)에 3-0 완승을 거뒀다.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일본을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피리어드에서만 마이클 스위프트(29·하이원)를 시작으로 김기성(31)·신상훈(23·이상 한라)이 세 골을 몰아쳤다. 지난 24일 오스트리아(16위)에 슛아웃(승부치기) 끝에 아깝게 졌던 한국은 25일 폴란드(22위)를 4-1로 꺾은 데 이어 일본까지 이기고 2승 1연장패(승점7)를 기록했다. 2013년 기록했던 대회 역대 최고 성적(1승 1연장승 3패·승점5)을 이미 뛰어넘었다.

세계선수권은 6부리그로 나뉘어 승강제를 펼친다. 한국은 디비전1 그룹A에서 오스트리아·폴란드·일본·슬로베니아(14위)·이탈리아(18위)와 풀리그를 치러 2위 안에 들면 톱 디비전(1부리그)으로 승격할 수 있다. 톱 디비전에는 캐나다·미국 등 아이스하키 상위 16개국이 속해 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오랫동안 변방 중 변방이었다. 1982년 일본에 0-25 참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34년 동안 일본전 1무19패에 그쳤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2018년 평창 올림픽 본선진출권을 확보해 캐나다(1위)·체코(6위)·스위스(7위)와 조별리그 A조에 편성됐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유명 블로거 ‘퍽 대디’는 “평창에서 캐나다가 한국과 맞붙으면 162-0으로 이길 것이고, 캐나다 NHL 선수들이 불참해도 한국에 162-1로 승리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한국계 NHL 영웅’과 ‘귀화한 태극전사’ 덕분에 달라졌다. 1991년과 92년 NHL 스탠리컵(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한 캐나다 동포 백지선이 지난 2014년 7월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NHL에서 241포인트를 올린 미국동포 박용수(39) 코치도 함께 데려왔다. 우수 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대표팀에 합류한 6명도 든든한 자산이 됐다. 야구에서 선발투수만큼 중요하다는 골리는 캐나다 출신 맷 달튼(30)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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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키는 2H(head, heart)가 중요하다. 특히 가슴에서 (열정이) 우러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 팀이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펼치면 백 감독은 서툰 한국어로 “저런 녀석들한테 질 수 있겠느냐”며 선수들을 자극했다. ‘백지선 호(號)’는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B 우승(4승1패)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상우(29·한라)는 “일본에 발 묶여 있을 시간이 없다. 이젠 세계로 간다”고 말했다. 신상훈은 “ 1부리그로 승격하는 사고를 한 번 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27일 슬로베니아와 4차전을 치른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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