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 백67명 본사 설문조사(하)|「현안 점진해결」엔 여야자세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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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대국회의 당면한 운영과 직접 관련되는 현안및 제도개선에 관한 의원들의 인식은 정당별 입장을 대체로 반영, 민정 신민당측이 대립적 양상을 보였고 국민당은 성격 그대로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그에반해 자기 이익과 관련되는 연금제 실시에 대해서는 3당의원들 대다수가 긍정적 태도를 보여 자기 이익을 옹호하는데는 여야간 구별이 없었다.
여야의원 1백67명을 상대로 한 본사 설문조사 결과 의원들은 12대국회의 최우선 과제(2개씩 선택)에 관해 민생, 대북문제, 개헌, 사면·복권, 개혁입법 개폐, 총선부정, 광주사태의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민생(1백21명)과 대북문제(63명)에 대한 역점은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부터 풀어나가고 어려운 문제는 그다음으로 미루자는 비교적 정치적인 접근 성향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물론 민정당 응답자 전원이, 그리고 국민당 응답자 86.2%가 민생문제등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한 탓도 있다. 그러나 신민당 측도 사면(46.9%) 개헌(45.3%) 개혁입법 개폐(40.6%) 민생(31.3%)등 순위로 반응을 보여 현안을 우선하면서도 민생 역시 비중있게 의식하는 자세를 보였으며, 최대 난제라 할 광주사태는 7.8%(5명)라는 낮은 반응을 보여 대체로 점진적 문제 해결 접근 자세라고 볼수 있을 것 같다.
역시 특기할 사항은 민정당 측이 민생과 대북문제 이외의 현안에는 거의 한두사람만 우선과체(그나마 광주사태는 무)라고 지적,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방어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반해 신민당 측은 겅치현안 문제를 우선 과제로 지적, 보다 선명하고 투쟁적인 야당상 정립의 의식만은 분명히 했다.
따라서 민정·신민당의 이같은 시각차는 원내에서 격돌을 야기시킬 잠재적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야간의 대립때 다소 완충적 역할을 해온 11대와는 달리 그 기능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국민당이 개헌문제를 민생 다음으로 높은 평점을 주었으면서도 사면·복권과 광주사태에 대해 한사람도 중요시하지 않은 것은 신민당과의 거리감및 체질 차이를 보인 것이라 하겠다.
김대중씨등의 사면·복권과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는 신민당측 자세에 관해 여당측은 부정적 시각(65.1%)이 대세이나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등의 긍정적 시각 (34.9%)도 적지 않다.
특히 이 항목과 바로 직결되는「개헌불가」및 「현단계에서의 사면 불고려」라는 민정당측 자세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 여당측의 68.3%가 협상용이니 결국은 신축성을 갖게 될것이라고 응답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직선제 개헌이 우선 과제라는 응답자가 단 1명이었고 사면·복권에 부정적이던 여당이 신축성을 보일 것이라고 다수가 지적한 것은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지만 정치 현안을 대화로 결국 풀어야 한다는 저변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리 하겠다.
신민당측 응답자들은 민정당의「불가·불고려」 자세에 대해 여야 대화 노력과 양당제 운영에 대한 인식 부족」 (34.4%) 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았지만 그래도 「신축성」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 견해 (43.8%) 가 더 많았다.
3당의원 모두가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 자세의 표」 (10%미만) 로는 보지 않는 것이 압도적이어서 모두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순리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데는 공통의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북 국회회담의 대응 태세는 전체적으로 초당적 대처(73.1%)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으나 신민당측은 초당 대처(46.9%)와 정부·여당의 통일논의 독점시정(40.6%)에 각각 엇비슷하게 찬성했다.
신민당측의 이같은 반응은 남북문제등 대외 문제에 관한 초당적 대처를 지지해야 한다는 자세가 흐트러진 것이라기보다는 과거 정권이 특히 남북문제를 정권 안보와 연관시켜온 전례에 대한 반사적 경계로 풀이하는 것이 온당하겠다. 「각당별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는데 신민당 측이 국민당의 20.0%보다 훨씬 적은 31%만 찬성한 점으로 미뤄보면 그런 해석이 수긍될 것이다.
한편 국회운영의 제도적 문제중 의원 겸직 제도에 관해 의원들은 반대도 많았지만 (42. 5%)별 상관없다는 반응(37.1%)도 많았다. 그러나 민정당의 11.9%가 반대인데 비해 신민당은 84.4%라는 압도적 다수가 반대여서 좋은 대조를 이뤘다.
민정당측이 체제 옹호적 입장에서 그런면도 보였겠으나 현재의 인적 구성상 겸직의원이 많아서, 또 앞으로 그 혜택을 누릴 가능성도 있고 해서 그랬음직 하다.
반면 비교적 직업 정치인들이 주류인 신민당 측은 겸직의원의 폐단은 근절돼야하고 또 무엇보다 정치도 직업 정치인에게 전업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식의 투영으로 보인다.
또 지역구 출신들이 겸직 금지를 더 많이 주장했고 (47.4%) 전국구 출신중 겸직금지 찬성은 30.6%로 낮았는데 이는 당연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초·재선이 겸직에 긍정적인데 비해 3선 이상은 부정적인 것은 다선의원중 야당 출신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개의 시간에 관해 현행 하오2시와 상오10시안이 40.1%대 46.7%로 제도 개선쪽이 많았다. 특히 신민당 87.5%, 국민당은 73.3%라는 압도적인 다수가 상오 개의로의 개선을 지지했다. 민정당 측에서도 제도 개선에 30.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국구 출신이 현행 시간을 많이 지지한(57.1%) 것은 전국구 의원중에 겸직의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유일한 의원 권익문제인 연금제실시에 관해서 여야는 물론 연령, 지역 및 전국구,초·다선별에 상관없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었고 그 비율도 별 차가 없었다.
계층별로 이익집단화 해가는 산업사회의 한 특성이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 사례로 지적될 만하다.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개원국회 운영과 직결되는 문제에서 여당측은 수세적 입장에서 다소 경직적 자세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야당 또한 선명한 야당성을 부각시키러는 의지가 강하지만 자세만은 점진적 접근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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