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즈 인수엔 현금 안들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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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한번 구설수에 오르면 이를 풀어나가기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 회사를 설립, 올부터 광고공세와 함께 라면을 내놓은 청보식품은 진원지를 앝수없는 루머를 타더니 최근 삼미 슈퍼스타즈 인수를 계기로 「평지돌출」 과정과 배경에 대해 갖가지 풍설이 난무하여 진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청보는 「뒤에서 누가 봐주고 있다」는 배후인물설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김정우 청보식품 회장(41·사진)은 9일하오 기자와 만났으나 당초는 기자회견 요청을 사양했다. 『진실되게 이야기한다해도 이야기 그 자체가 또다른 루머를 낳을 것이 아니냐.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많은 돈이 어디서 났느냐』 『생긴지 1년도 안되는 회사가 어떻게 삼미 슈퍼스타즈를 갑자기 살수 있었느냐』 『군납은 군장성 출신(장기하 청보식품 사장)의 입김때문이 아니냐』는 식의 온갖 루머에 시달리다 보니, 사업을 하는지 루머를 막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김회장은 최근의 고충부터 털어 놓았다.
청보 자금문제에 대해 김회장은 항간에 1천억∼1천5백억원이 들었다고 보는 얘기가 있지만 실제 들어간 돈은 60억원 정도인데 대부분 은행돈을 쓰고 설비를 빌었기 때문에 현찰이들어간 것은 얼마 안된다는 것이다.
청보식품이 자본금 10억원의 회사로 설립된 것은 작년 5월. 공장은 예전에 갖고있던 경기도 평택땅 2만8천여평에 지었는데 20억원은 산은의 융자를 받았고 설비도 임대로 들여온 것이 많아 실제 나간 돈은 20억원 남짓 됐다는게 김회장의 설명.
이 돈은 작년말 대전에 있는 풍한방직 부지 4만8천평을 삼성종합건설에 3백5억원에 판 돈의 일부로 충당했다고.
또 삼미슈퍼스타즈를 인수하는데 든 70억원은 현찰을 그만큼 낸게 아니라 삼미가 안고있는 빚중 70억원을 청보가 대신 안는 조건으로 인수한 것이어서 앞으로 지불할 이자 (연 10억원가량) 와 구단 보강비용 외에는 실제 들어간 돈은 없다는 설명이다.
청보는 70억원의 부채를 떠맡으면서 지난 60년대 풍한이 팔당에 사두었던 3백50만평의 땅중 40만평을 저당 잡힌것.
또하나 「배후설」의 이유가 되고 있는 장기하 사장의 영입과 군납업체 지정 운운에 대해서 김회장은 『비상식적인 얘기』 라고 일축.
군납운운은 회사설립 1년이 안되면 자격조차 없다는 것도 모르고하는 소리고 장사장의 영입은 김회장이 승마협회장을, 장사장이 군시절 체육부문을 맡아볼때 교분을 맺어오다 장사장이 지난해 예편돼 함께 일해줄 것을 부탁해 이뤄진 것 일뿐 다른 배경이 있을 수도 없다는게 김회장의 해명이다.
삼미 슈퍼스타즈 인수도 청보식품을 세우면서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리는 방편으로 지난해부터 인수를 검토하다 지난 4월 고교(경기고) 후배이기도 한 삼미의 심현철회장이 은행에 삼미의 자구책으로 70억원에 팔기로 내놓은 것이므로 더도말고 덜도말고 꼭 70억원을 내라고 제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한편 청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인장으로 길흉을 점치는 사람이 작명해 주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김회장은 『인심 잃지않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잘되어 도움을 받고있다』 는 정도로 이야기를 끝내면서 업계의 냉혹한 경쟁 세계를 더욱 잘알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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