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美, 향후 10년 간 다시 한 번 아시아에 집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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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26일 “미국이 향후 10년, 15년 동안 초당적인 협력과 노력을 통해 다시 한 번 아시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국제관계포럼 ‘아산플래넘 2016’에 참석한 그는 만찬사에서 “과거 우리가 효과적이라고 보고 집중한 것이 지금은 그렇게까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고, 아시아에서 효과를 보려면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또 “21세기의 역사는 아시아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고, 미국은 지혜를 모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흥미로운 것은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아시아에서 외교적으로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 일치가 있단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성공적인 아시아로의 회귀를 위해선 유럽과도 협력할 필요가 있고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공화당 내에서도 진지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인정할 것이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도널드 트럼프는 예외”라고도 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 특히 동아시아쪽 외교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그는 “어려운 시기에도 미국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클린턴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클린턴 후보만큼 아태 지역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많은 사람도 없다”고 했다. 또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포괄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선 “제가 향후 10년 동안 개선되길 바라는 관계가 있다면 한·일 간 관계다.

일각에선 한·일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사이가 좋아지고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종종 정보 및 국방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하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이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순간엔 이런 협력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걸 깨닫게 될 뿐이다. 그래서 미국이 지속적으로 양국 관계 개선을 독려해야 한다”면서다.

클린턴 캠프의 한반도 관련 외교정책의 방향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캠벨 전 차관보는 “북한이 계속 도발한다면 미국은 더 큰 압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의 경화(hard currency) 확보 차단이라든지 명확하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러 분야에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난민 지원이나 북한 내로의 정보 유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북한에 기대하는 바에 대해 중국과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 지금 북한을 제외하고는 모든 아시아 국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북한의 도발 위협이 커진다면 중국이 좀더 영향력을 키워서 발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5자 간에 회담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지난 몇 개월동안 해왔고 중국도 지지한다는 사인을 보내줬다”고 소개했다.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점쳐지는 그에게 “차기 국무부 장관이 된다면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수정을 가할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캠벨 전 차관보는 “이런 질문은 아시아에서나 들을 수 있지 워싱턴에선 그렇지 못하다”며 웃었다. 그리고 “국무부에서 근무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서에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는데 예산은 유럽에 대한 게 50%, 그 다음이 중동이고, 아시아는 아프리카와 같은 수준”이라며 “국무부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파악할 기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에 있는 분들은 미국이 왜이렇게 아시아를 주목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아시아 전략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와 동시에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중시하고,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예산 감축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관여에도 매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15~20년은 과거와 달리 해군력, 항공 자산 등 원정 능력에 대한 투자가 중시될 것”이라며 “전략적 사고에 있어 르네상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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