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속인 '짝퉁 부품'으로 가격 100배 부풀려…군 주력포에 장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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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과 해군 주력포에 들어가는 부품의 원산지를 속여 납품한 군수품 공급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국산 부품이 미국산으로 둔갑돼 100배까지 가격이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군수품의 부품을 공급하는 M사 대표 황모(59)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M사는 군의 포(砲) 제작에 쓰이는 밸브ㆍ베어링ㆍ핀 등을 대기업 계열 방산업체인 H사에 납품해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황씨가 국내 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13000여개의 부품을 미국산으로 속여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에서 제조돼 성능시험까지 거친 것처럼 허위 시험성적서까지 첨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황씨는 2만원짜리 국산 부품을 200만원의 수입 부품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런 수법으로 2009년부터 지난 2월까지 그가 받아간 납품 금액은 11억원이었다. 원산지를 속인 ‘짝퉁 부품’은 실제 이지스함 의 주함포인 KMK45와 육군 K-9 자주포, 해군 유도탄고속함의 76mm 함포 등에 장착됐다.

검찰은 M사 수사 과정에서 장갑차 부품 납품업체 E사의 비리 단서도 추가로 포착했다. E사는 M사에서 일부 부품을 구입해 탄약보급장갑차(K-10)와 차기보병전투 장갑차(K-21)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작해 군에 납품해왔다고 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E사의 한 간부가 거래 대금을 부풀려 회삿돈을 빼돌린 단서를 잡았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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