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잠수함, 회항 포기한다면 2~3년 내 괌 공격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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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미국 본토를 공격할 정도는 아니지만 2~3년 내 괌 등 미 영토를 위협할 순 있다.”

북 SLBM 기술 수준 어디까지
“미 본토 공격엔 20년 걸릴 것”
“초기인데 과대평가” 시각도

중앙일보가 25일 군사 전문가 4명에게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개발 수준을 자문한 결과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에서 대략 9700㎞ 떨어진 미 본토 캘리포니아를 SLBM으로 공격하려면 7000㎞를 항해할 수 있는 잠수함과 비행거리 3000㎞의 탄도미사일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향후 2~3년 내 고래급(2000t급) 잠수함에 미사일을 탑재하면 제주도나 포항, 울릉도 앞바다에서 평택 미군기지를 향해 쏠 수 있고,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기지나 괌까지 겨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박휘락 교수도 “북한이 회항을 고려하지 않고 잠수함 핵무기 공격을 결심할 경우 현재의 고래급 잠수함으로도 괌을 비롯한 미 영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북한은 소련에서 골프급 잠수함 1척을 고철로 구입했다고 하는데 골프급 잠수함의 경우 5노트로 항속하면 9500㎞를 항해할 수 있다”며 “골프급 잠수함을 개발할 경우 미 본토 공격 능력도 갖추게 된다”고 우려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SLBM 발사체 비행거리가 30㎞란 점을 들어 실패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북한이 수중 사출해 어느 정도 비행하는 데만 목표를 뒀다면 (비행거리와 무관하게) 성공”(박 교수), “SLBM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세를 유지하는 밸런스 능력인데 이를 확보했다. 비행거리는 30㎞ 이상 더 통제할 수 있었을 것”(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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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소평가도 문제지만 과대평가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의당 김종대 비례대표 당선자(전 국방개혁기획단장)는 “SLBM의 완벽한 전력화를 위해선 ▶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잠수함 ▶자세 제어 및 정상 비행 궤도 유지 ▶정확한 타격 능력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북한은 이제 수중 사출과 콜드 론치(일정 시점 경과 뒤 엔진 점화) 기술을 확보한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기술 진전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중국이 20년 걸린 SLBM 전력화를 북한이 3~4년 내에 할 거라는 전망은 너무 앞서나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SLBM 위협에 맞서 독자적인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인균 대표는 “킬체인이나 KAMD는 전(前) 방향 방어체계로 설계돼 SLBM처럼 불특정 방향에서 가하는 공격은 방어가 어렵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25일 “‘잠수함 잡는 잠수함’으로 불리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갖추자”(김정훈 정책위의장)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신 대표도 “우리가 보유한 잠수함은 작전 가능 시간이 최대 보름에 불과한 만큼 충전 없이 무한 동력으로 기동이 가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구·전수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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