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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경보」한번도 안울렸다|도시가스 연쇄폭발 안전장치 허술…주먹구구식 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번의 도시가스 폭발사고는 가스제조 공장의 설비 결함과 관리소홀, 낡은 배관방치 등 가스의 위험을 외면한데서 일어난 인재였다. 강한 폭발력을 가진 가스를 공급하는 과정의 첫번째 안전장치인 자동압력조절기가 고장났는데도 이를 제때에 체크하지 못했고 두번째 안전장치인 정압실의 조절막 마저 파손됐을 때도 손을 쓰지 못했다.
경찰조사결과 사고가나기전 계기담당자가 위험상대를 발견해 보고했는데도 즉시 대책을 세우지 않아 큰 사고를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비결함>
이번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완벽해야 하는 제조공장 가스 압송기(압송기)의 자동압력조절기가 고장을 일으켰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
가스자동압력조절기는 가스공급과정의 제1단계 안전장치로 유사시 4단계에 걸쳐 단계별로 경보를 울리며 가스유출을 막게 돼있다.
압력조절기는 압력이 평방㎝당 1.5㎏이상일 때 비상벨이 울리고 2∼3㎏으로 올라가면서 단계적으로 경보를 울리게 돼있다. 그러나 이날은 단 한번도 경보는 울리지 않아 이 때문에 공장에서는 사고가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사고발생 20여분이 지나서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야 알았다.
또 다른 설비결함은 서교 정압기실의 가스조절막 파손. 이 조절막은 두께3㎜ 정도의 고무막이지만 보통 3㎏의 압력쯤은 견딜 수 있도록 돼있는데도 다른 12개는 멀쩡한데 유독 이곳에 있는 것만 파열됐다. 고무 조절막이 다른것에 비해 결함이 있었는데도 이를 사전에 체크하지 못했다.

<관리소홀>
이번 사고의 두번째 문제점은 염창동공장과 서교 정압기실의 관리소홀.
공장의 압송기와 압력자동조절장치는 관리지침상 책임자가 운전실에서 상시 체크하게 돼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2시간에 한번씩 체크해 왔다는 것.
서교 정압기실의 관리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서울도시가스 측은 관계자를 상주시키지 않고 하루에 직원 1명이 한번씩 체크하게 했고 정압실에는 순찰함이나 체크목록도 없었다.
경찰조사결과 이날 낮l2시쯤 압송기 계기가 1.85㎏으로 오르는 것을 계기담당자 김형수씨가 발견, 생산과장 양평호씨에게 보고했으나 생산과장은 자동조절될 것으로 믿고 이를 묵살했다.
또 이 회사는 83년3월 서울시로부터 시설을 인수받은 뒤 3차례의 대형폭발사고가 있었는데도 노후배관만을 대치했을 뿐 새로운 운영관리를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시공청인 서울시로부터 공사설계도 및 각종 기기에 대한 서류도 인수받지 못해 지금까지 자체기술만으로 주먹구구식 기계조작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배관노후·부실공사>
서울시내에는 현재 3개 도시가스공장의 2천5백㎞에 달하는 크고 작은 가스관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약 15∼20% 정도는 관이 낡거나 부실공사로 매설돼 배관에서 잦은 가스누출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70년대에 매설된 서울도시가스계통은 전체의 25%인 1백50㎞가 강도가 약한 주철관이거나 심하게 낡은 관인 것으로 알려져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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