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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화염·폭음…주부들 혼비백산|도시가스 폭발사고 현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낮 12시15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 475의11 윤석균씨(56·사업)집 가스레인지가 폭발하면서 불이나 3층 슬라브양옥(98평)을 모두 태우는 등 연희동·서교동·성산동·연남동일대 주택 17가구에서 잇달아 불이 났다.
윤씨의 장모 송석순씨(74)는『부엌에서「쉬쉬」하는 소리가 들려 들어가는 순간 가스레인지에서「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또 낮12시30분쯤 연남동 223의115 밀일성도 선교사숙소 2층 부엌에서는 집이 비어있었는데도 가스레인지 부근에서 불이나 부엌과 2층 천장이 불탔고 연희l동 시범아파트 7동602호 홍대후씨(40)집 부엌에서도 불이나 내부27평이 모두 불탔으며 대피하던 홍씨부인 최정애씨(38)가 폭음에 실신하기도 했다.
연남동 504의42 김만제 재무부장관 집 부엌에서도 불이나 가스레인지가 타고 부엌벽면 일부가 불에 그을었다.

<도로·맨홀폭발>
낮 12시40분쯤 서울 대흥동 2의48 대신정육점 앞길에서 가스관에서 유출된 가스가 하수구에 새어들면서 폭발, 5∼10m 거리의 하수구덮개 5개가 10m 가량 튀어 올라 길가던 김영환씨(33·노동·서울 대흥동18)가 무릎에 4주의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맨홀옆을 지나는 순간「펑」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3m 가량 튀어 올랐다가 땅에 떨어졌고 곧이어 무릎쪽에 시멘트 덮개가 떨어져 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낮12시42분쯤에는 성산시장 뒤 주택가 골목의 맨홀에서「평」하는 폭음과 함께 맨홀뚜껑이 공중으로 10여m 튀어 올랐고 일대에는 역한 가스냄새가 진동했다.
특히 대흥동 243의3 기독교선교단체인 세진회 앞도로는 지하가스관이 폭발하면서 직경1m의 웅덩이가 생겼으며 망원2동478 모범연립 주택앞 길과 합정동413의 유신연립주택 앞길은 소방도로 20여m가 갈라졌다.

<가스누출>
낮12시35분쯤 서울 연남동 225의2 김명실씨(32·여)집 부엌에서 도시가스가 새어나와 역한 냄새에 놀란 김씨 가족들이 집밖으로 대피했다.
김씨에 따르면 부엌쪽에서 물을 뿌리는 듯한「찍-」소리가 나 부엌으로 가보니 가스통 입구쪽에서 뿌연 가스가 물줄기처럼 솟구쳐 나왔다는 것.

<피해주민>
가스누출사고로 도시가스공급이 중단되자 피해지역주민들은 빵·우유 등으로 저녁을 때운 뒤 석유곤로와 연탄화덕 등을 새로 구입해 7일 아침밥을 짓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가스누출로 대피했던 서울 연남동225 김명실씨(32)는『2남1녀와 함께 우유와 빵으로 저녁을 때운 뒤 하오 9시쯤에야 연탄화덕을 마련해 7일 아침밥을 지어먹었다』면서『대부분의 주민들이 밤 늦게야 석유곤로 등을 새로 구입하거나 친척으로부터 빌어 밥을 지었다』고 말했다.
부엌5평이 모두 타버린 연희3동 7l의3 박희석씨(39)가족들은 저녁식사를 인근 중국음식점에서 주문해 먹었다.
박씨집은 수저까지 녹아버린데다 전기마저 끊겨 옆집의 전선을 임시로 끌어들여 백열등 2개를 안방·마루에 켜놓고 밤을 지새웠다.
또 주민 김문식씨(65·서울 연남동 382의16)는『혼자안방에서 집을 보던 중 창틈으로 가스냄새가 새어 들어와 나가보니 집안에 가스냄새가 자욱한 채 뜰 뒤쪽 담벽에 설치된 도시가스배관의 미터기에서 가스가 물줄기처럼 뿜어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험·보상 및 복구>
도시가스측은『대한화재보험에 10억원의 배상보험을 들어뒀기 때문에 피해가정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1백%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보상에 불만이 있을 경우 가스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손해를 배상받을수 있다.
회사측은 사고직후 직원1백여명과 가스안전공사요원·대행업소직원 등 약 2백명을 동원, 피해조사와 복구작업에 나섰으나 파열된 배관이 많은데다 이를 모두 찾아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완전히 복구가 되려면 5∼7일 정도는 지나야할 것이라고 밝히고 급할 경우 지상에 배관을 설치,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도시가스>
71년 서울시가 설립해 72년11월부터 가스공급을 해오다가 83년3월30일 경영합리화와 민자유치 계획에 따라 서울도시가스의 모기업인 대성산업에 넘겼다.
제조시설규모는 하루 15만입방m이나 실제 공급량은 5만입방m를 강서·영등포·관악·동작·서대문 등 서울 서남부지역 10개구 l백63개동 7만9천9백38가구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가스공급 중단지역>
◇마포구(9개동)=연남·망원·창전·동교·서교·성산·대흥·하수·합정동
◇서대문구(4개동)=창천·연희1, 2, 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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