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바꾼 최진호 ‘비거리 핸디캡’ 날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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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시즌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KPGA 개막전 동부화재 오픈 우승
PGA 2부 Q스쿨서 짧은 거리 절감
하체 강화, 헤드 스피드 올리기 주력
“다승 달성 후 미국 무대 또 도전”

투어 12년차의 베테랑 최진호(32·현대제철·사진)가 우승을 차지했다. 24일 경기도 포천 몽베르 골프장에서 끝난 대회 최종 4라운드. 최진호는 마지막날 1타를 줄이면서 합계 17언더파로 2위 이창우(23·CJ오쇼핑·합계 14언더파)를 3타 차로 물리치고 시즌 첫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상금은 1억원.

KPGA투어 개막전은 4월말에야 가까스로 열렸다.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는 33개 대회가 열리는데 비해 올해 KPGA투어는 고작 12개 대회가 전부다. 그나마 개막전 1라운드부터 짙은 안개가 끼는 바람에 대회가 계속 중단되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최진호는 꾸준함과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한 때 최진호의 별명은 ‘컷 탈락자’였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5년 화려하게 KPGA투어에 데뷔했지만 2006년 비발디파크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엔 드라이브 샷 입스(Yips·돌발적 근육 경련으로 평소의 샷을 하지 못하는 상태) 증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8년은 절망의 한해였다. 총 15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도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모두 예선 탈락했다. 시드를 잃은 그는 그해 겨울 ‘입스’를 해결하기 위해 모아 둔 1억원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최진호는 “2005년 투어 데뷔 첫 대회 때 부모님으로부터 대회 경비 150만원을 받은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용돈을 받은 적이 없다. 힘겨운 훈련 끝에 간신히 입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최진호는 이듬해인 2009년 다시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KPGA투어에 복귀했다.

최진호는 2011년 주니어 골프선수 출신 김정민(32)씨와 결혼했다. 그리고는 두 아들을 얻었다. 최진호는 “아내와 승언(5)·승현(3) 두 아들이 내 골프의 긍정 에너지”라며 “내가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골프선수 출신 아내가 많은 도움을 줬다. 10월엔 셋째 아이가 태어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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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최진호는 지난 겨울 훈련을 통해 샷거리를 크게 늘렸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는 최진호. [사진 KPGA]

최진호는 올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말 미국프로골프협회(PGA) 2부인 웹닷컴 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서 다시 실패를 맛본 뒤 샷거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최진호는 “미국 골프장들은 대부분 전장이 7600야드가 넘어 드라이버와 우드, 롱 아이언을 잡고도 그린에 공을 올리기가 버거웠다. 샷거리가 짧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지난 겨울 하체를 다지면서 헤드 스피드를 늘리는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최진호는 지난해 KPGA투어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부문에서 72위(270.28야드)에 올랐다. 헤드 스피드는 103마일(시속 165㎞)이었다. 그러나 지난 겨울 훈련을 한 결과 헤드 스피드 5마일, 드라이브 샷 거리는 15야드 정도 늘렸다. 이번 대회에서 평균 298.5야드(56위)를 기록했고, 뒷바람이 불었던 2라운드에서는 310.5야드나 날려보냈다.

최진호는 부쩍 늘어난 샷거리 덕분에 압도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짙은 안개 탓에 나흘 동안 10홀-26홀-15홀-21홀 등 들쭉날쭉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PGA 투어(2009년)와 유러피언투어(2012, 2014년), PGA 2부투어에 도전했던 최진호는 “해외 투어에 도전할 때마다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도 내 골프는 계속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올해 다승 달성 후 계속 해외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포천=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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