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현장」답사 정책자료 수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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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대 국회의 개원협상이 타결기미를 보이자 여야는 개원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정당은 국회개원을 앞두고 이미 지난 3월부터 시작해온 각계와의 대화를 가속화 하는 한편 정책위 산하 각 분과위원회별로 현안문제에 대한 정부측의 설명청취와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또 문제가 있는 곳에는 민정당이 항상 쫓아간다는 목표아래 계속 민의수렴작업을 하고 있다. 신민당도 개원전까지는 김대중씨등의 사면·복권과 구속자 석방등 정치현안에 주력해 왔으나 일단 개원이 되면 정치·사회문제는 물론 외채·부실기업정리·수출부진등 시급한 민생문제에도 역점을 두어 강도높은 대 정부공세를 편다는 계획아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민정당의 개원준비작업은 지난3월부터 시작돼 오는 16일까지는 일단락 지을 방침.
민정당은 3월하순부터 정책위 산하 12개 분과위별로 소관부처에 대한 업무파악 및 현안문제에 대한 정책협의를 가진데 이어 지난4일부터 오는16일까지는 29개 정부 각 부처와 합동으로 정책실무조정협의를 갖는등 3단계 작업을 진행.
민정당의 이같은 민의수렴작업은 2·12총선거 결과에 대한 자체반성으로 시작됐다.
특히 강대해진 새로운 야당의 등장등 새 정국에 대처키 위해서는 자기무장 노력이 가속화돼야한다는 필요성때문에 이런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노태우대표위원은 취임직후 구로공단을 찾은 것을 비롯, 서울시내 대학총장들과 간담회를 갖는등 「문제의 현장」속으로 직접 뛰어들고 있다. 또 장성만정책위의장·현홍주정책조정실장등이 중심이 되어 교육단체·공무원노조·건설유관단체·관광단체·농어민단체·예술문화관련단체·해운업계·노동법학계등 각 부문별 단체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민지당은 그간 70여회에 걸친 이같은 모임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이나 건의사항 등을 정부측과 협의를 거쳐 해결해나가는 한편 각 분과위에 주택·김피해·소값 안정대책등 많은 「소위」를 구성해 집중적인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민정당이 노사·학원·경제문제 이상으로 국회법·정당법·국회의원선거법·언론기본법등의 개혁입법과 대통령직선제개헌등 정치분야에 대한 신민당측의 공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노동조합법등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민정당이 솔선해서 먼저 들고 나온 것이 이같은 적극적인 자세의 반영으로 보이며 일부 개혁입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신축성과 유연성을 보일 태세다.
그러나 정부·여당 일각에선 여전히 개혁입법 손질에 거센 반대론도 있어 대야절충이나 국회토론과정이 꼭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우선은 여러문제에 대한 정부와 여당간의 보조일치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민정당이 주영복 배명인 권이혁 정한주 이진희 박찬경 이정오씨등 전직장관들을 모두 영입해 국책연구소 산하의 5개 분과위에 배치한 것도 당과 행정부간의 원활한 당정협조를 위한 것이다.
○…신민당은 개원국회에서 직선제개헌등 민주화달성이라는 대전제아래 정치적 공세를 펴는 한편 그 단계적 조치로 개혁입법의 개폐와 민생문제에 대한 정책적 비판을 활발히 한다는 방침이다.
신민당으로선 정치공세만 치중할 뿐 경제난국과 학원·노사문제등 현안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제대로 못한다는 일부여론을 극복해야 할 처지다.
신민당도 지난 2·12 총선직후부터 소속국회의원들에게 「정책자료수집협조요청」공문을 띄워 유세때 내세웠던 공약이나 정책개발 아이디어를 수집해 왔다. 그런 준비를 바탕으로 지난달말 대통령 방미직전 오늘의 경제현실을 진단하는 당의 기본입장을 밝혀 누증하는 외채, 심화되는 빈부격차의 해소를 강조하기도 했었다.
이와 더불어 신민당은 최근 개혁입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끝냈고 「학원대책 특위」 와 「노사문제특위」를 구성해 대학과 노사분규의 현장을 찾아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개혁입법중 국회법은 「개원도 결정되지 않은 싯점에서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당내 일부의 비판도 감수한 채 지난달20일 공청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했으며 시안도 마련하는 등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언기법은 아예 폐지하자는 것이 기본입장.
이밖에도 지자제의 전면 조기실시를 주장할 방침이다. 이같은 당의 원내전략과 입장은 개원즉시 있게 될 이민우총재의 기조연설문을 통해 포괄적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당의 한 관계자는 전언.
신민당은 개원협상과는 별도로 정책심의위를 중심으로 일부 부총재나 대변인을 포함한 기조연설문 기초위를 구성, 상당히 강한 톤으로 준비된 이총재의 대표연설문을 마지막 손질하고 있다.
신민당은 또 총선후 처음 열리는 국회인 만큼 부정선거 조사특위가 조사 발표한 백서를 토대로 지난 총선의 공명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질 예정이며 관계장관의 인책공세와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선거법개정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또 개원협상에서 미해결로 남겨질 사면·복권을 비롯, 「광주사태」등 민감한 정치적 이슈들도 계속 물고 늘어질 태세.
이총재등 현 지도부는 선결조건의 해결없는 등원이 결코 백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내외에 입증하기 위해선 강경한 원내 투쟁을 해야만 할 처지이며 이런 입장이 개원국회의 운영을 순탄치 않게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현일·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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