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울던 포스코, 1분기 6600억 깜짝 이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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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포스코가 오랜만에 웃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연결기준, -960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던 포스코였다. 포스코는 21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 1분기 12조4612억원의 매출에 65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3525억원이다. 매출은 전분기보다 10.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3.7%, 당기순이익은 221.9%가 각각 늘었다.

중국 업계 구조조정에 단가 상승
철강·무역 부문이 실적 호전 주도
권오준 회장 취임 후 개혁도 성과

최정우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부사장)은 이날 “건설부문의 매출과 이익은 줄었지만 철강부문과 포스코대우, 포스코차이나 등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이 나아졌다”며 “포스코 멕시코가 흑자전환하는 등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세도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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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를 제외한 포스코 별도기준으로는 전분기보다 매출(5조7671억원)은 2.9% 줄었지만, 영업이익(5821억원)은 56.8% 커졌다. 영업이익률은 10.1%로 현재같은 추세라면 2011년(11.1%) 이후 처음으로 연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포스코가 단기간에 실적반등에 성공한 건 공급과잉 사태를 불러왔던 중국 내 철강사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제품 값이 오르고 있는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중순 t당 280달러 선이었던 중국의 열연 제품 가격은 지난 3월 말 390달러로 39.3%나 올랐다.

포스코도 올 1분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등 주요 철강재 가격을 t당 3만원씩 인상한 뒤 다음 달에도 추가로 값을 올릴 계획이다. 고부가 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의 판매도 순조롭다.

또 권오준 회장이 취임 이래 추진해 온 일련의 개혁조치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지속적인 부채 다이어트를 통해 포스코(별도기준)는 부채비율을 창사 이래 최저치인 19.2%까지 낮췄다. 올 1월 15만6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24만8500원(21일 종가 기준)으로 뛰어올랐다.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면서 외인 지분율은 올 1월 46%에서 21일 현재 49%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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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포스코 내부에서도 ‘최악의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는 낙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철강산업 재편 계획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가시적인 성과를 냄에 따라 강도 높은 조직 다지기 작업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발전부문 계열사인 제네시스를 매각했고, 포스코러시아가 청산작업을 마무리하는 등 6건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최정우 부사장은 “구조조정은 올해 말쯤 상당 부분 완료될 것”이라며 "이사회에서도 경영상황이 안정화되는 시점을 올 하반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2위인 현대제철도 2분기부터 빠르게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철강 업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대형 업체들의 실적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여전히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어서다.

정부는 철강 등 구조조정이 시급한 업종의 사업 재편 계획을 올 10월 쯤 내놓을 계획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철강과 조선, 건설 업계에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원샷법 시행 전에는) 관련 업종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고서를 만들어 기업 경영진과 채권단에 참고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8월 시행될 원샷법은 기업이 스스로 사업 재편을 할 경우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수기·김민상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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