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인구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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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다. 1987년 이날 지구상의 인구가 50억명을 넘어섰다. 이를 계기로 각국이 인구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유엔인구기금(UNFPA)이 정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오늘의 세계 인구는 62억9천만명에 이른다. 매년 8천만명 이상 늘어온 셈이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BC 1세기께 줄리어스 시저가 로마를 호령할 당시의 세계 인구가 약 1억5천만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구의 인구학자들은 세계 인구가 1650년 5억명을 넘어섰다고 추정한다. 그후 1800년엔 9억명, 1900년 들어서야 16억명이 됐다고 한다. 인구 증가세는 역시 산업혁명 이후부터 탄력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의 누적인구는 몇 명이나 될까. 1966년 미국의 한 수학자는 BC 1백만년부터 1960년까지 6백89억명이라고 계산해냈다. 그후의 인구 증가세를 더하면 지금까지의 누적인구는 약 7백20억명이 되는 셈이다.

이들이 모두 무미건조한 통계숫자로서의 인구가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렸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얼마 전 세계노동기구(ILO)는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문명이 발달한 지금도 이러하니 예전에는 빈곤층이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으로 지구상에 등장했던 7백20억명의 대부분이 빈곤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셈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 '인구론'을 통해 인구 증가에 대해 경고했다. 제한된 토지에서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기아나 빈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요즘은 오히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은 11일 0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를 4천7백93만2천8백22명으로 추산했다. 시간이 갈수록 증가세가 둔화돼 2024년에는 마이너스가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출산장려책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나 감소와 관계없이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 역시 빈곤이다. 우리나라에선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확인됐다. 인구의 날에 빈곤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