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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야구장 맥주보이 금지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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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정호 기자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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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논설위원

‘거포’ 박병호가 이틀 연속 홈런을 쏘아올렸다. 메이저리그 한국인 한 해 최다 홈런 기록인 추신수의 22개를 넘어설지 기대된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지난 19일을 ‘박병호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야구의 꽃인 홈런. 그런데 왜 홈런(home run)이라고 할까. 월간지 ‘DESIGN’ 4월호에 재미난 글이 실렸다. 야구가 디자인 영역에 들어올 만큼 일상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19세기 야구 초창기에는 외야 펜스가 없었다. 공의 반발력이 약해 타구가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홈런이란 말 그대로 타자가 죽을 힘을 다해 ‘홈까지 뛰어’ 점수를 내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인사이드 파크 홈런’ ‘그라운드 홈런’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담장까지를 최소 98m, 중앙 담장은 122m로 규정한 것은 1958년에 가서였다. 한국은 좌우 91m, 중앙 105m를 넘어야 한다고 91년 정했다.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씨에 따르면 야구장은 다른 종목과 달리 정확한 규격이 없다. 좌우 비대칭이 많은 이유다. 부지에 맞게 형태를 달리했다. 20세기 초반, 땅값 비싼 도심에 경기장을 짓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예컨대 보스턴 레드삭스는 홈구장 펜웨이파크의 왼쪽 담장 거리가 오른쪽보다 훨씬 짧은 것을 감안해 담장 높이를 11m로 높였다.

그런 제약이 되레 디자인을 풍성하게 했다. 60~70년대 넓은 교외에 마치 과자를 찍듯 동그란, 그래서 개성 없는 야구장을 양산했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90년대 이후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키워드는 관중 친화형이다. 외야를 낮게 설계해 도시의 하늘을 끌어들이고, 관객과 선수의 거리를 좁혔다. 파울 지역을 줄여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했다.

2016년 한국 야구장도 진화의 복판에 서 있다. 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다. 삼성 라이온즈의 새 팔각형 구장은 내야에 좌석의 80% 정도를 배치했다. 외야 객석도 낮춰 보다 가까이에서 경기를 볼 수 있게 했다. 서울 고척동에 첫 돔구장이 들어섰고, 인천과 수원에는 첨단 정보기술(IT)이 얹혀졌다. 공통분모는 분명하다. 1순위도 고객이요, 2순위도 고객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3S(스포츠·스크린·섹스)’ 정책의 하나로 도입됐던 프로야구의 거듭나기다. 그런 판국에 야구장 맥주 이동식 판매(맥주보이)가 금지된다고 한다.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오늘 마지막 회기를 여는 19대 국회, 풀 거는 확 풀었어야 한다.

박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