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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44% 지난해 직원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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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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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상장사 100곳 중 44곳은 1년 전보다 직원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753곳서 1179명 증가 그쳐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 늘어
삼성그룹이 가장 많이 감소
제약·바이오는 3.7% 더 채용

1753개 상장사 전체로 늘어난 일자리는 1179개였다.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데다 노동개혁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상장사들이 고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장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본지가 국내 상장사 전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 전체의 직원 현황을 파악했다. 신규 상장했거나 합병·분할·영업양수도 등으로 전년과 비교가 어려운 상장사는 제외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1753개 상장사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44만1019명으로 파악됐다. 전년보다 0.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늘어난 일자리의 질도 나쁘다. 비정규직은 1336명 증가했지만 정규직은 157명 감소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직원 수가 감소한 곳은 765곳(43.6%)이다. 이들 기업에서만 3만7234명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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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만 한 회사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명예퇴직과 자연 감소분 대비 미충원 등으로 직원이 10% 이상 감소한 상장사도 255곳에 달했다. 또한 직원이 20% 이상 줄어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은 112곳이다. 이는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2013년 6월~2014년 6월 기준으로 한 조사 때보다 더 악화된 결과다. 당시 168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자리 증가율은 0.5%(7828명)였다. 상장사 고용 여력이 더 나빠졌다는 뜻이다.

이른바 ‘소리 없는 구조조정(silent restructuring)’은 한계기업의 얘기만은 아니다. 10대 그룹 중 현대자동차(1989명)·LG(1328명)·한진(211명)을 제외한 7개 그룹 계열 상장사의 직원 수가 줄었다. 포스코그룹은 전년 대비 6.8%(-1728명) 줄었고, 현대중공업은 4%(-1299명) 감소했다. 수치만 보면 삼성그룹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전년보다 4919명(-2.7%) 줄었다. 삼성 측은 "실적 부진과 사업 조정에 따른 감소”라고 밝혔다.

시가총액 상위 100위 안에 드는 기업 중에서도 36곳의 직원 수가 감소했다. 개별 상장사 중에서는 삼성전자(-2484명)가 가장 많이 감소했고 롯데쇼핑(-1850명)과 두산인프라코어(-1671명)가 뒤를 이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전년 대비 1448명이 늘어 고용 증가 수 1위였다. 이마트(1384명)와 아모레퍼시픽(875명)이 뒤를 이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0.3% 증가했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300~999명)은 각각 -1.2%, -0.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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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희비도 뚜렷하다. 자동차(1.2%)를 제외한 한국 주력 수출업종 대부분이 일자리를 늘리지 못했다. 고용 감소율이 가장 심각한 분야는 기계·부품 업종으로 전년 대비 -3.9%(1703명)였다. 조선·해운 업종에서도 828명(-2.6%)이 감소했다. 철강·금속(-2.2%), 전기전자·반도체(-1.8%), 비금속(-0.9%) 분야도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전년보다 3.7%(1690명) 증가했다. 유통·생활소비재업 역시 1.6% 증가했고 통신·인터넷·미디어 분야(1%)도 선전했다. 중후장대형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은 떨어지고 신성장 산업과 내수·서비스 업종에서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은 고용 창출 능력에 한계가 왔다”며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규모가 커지면 고용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비스업 중에서도 단순 노동집약적인 분야가 아닌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고용이 창출되고 인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산업에 기술이 없어서 우리 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는 실정인 만큼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술 확보와 투자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윤·장원석·함승민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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